[사설] 법보다 주먹
[사설] 법보다 주먹
  • 최미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5.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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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진입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초 열린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저지 대국회 집중투쟁 모습. 사진=뉴스클레임DB
국회 진입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초 열린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저지 대국회 집중투쟁 모습. 사진=뉴스클레임DB

한 경제인은 최근에 일어난 노동계 국회 진입 폭력 사태를 보고 한국 노조의 민낯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위기인데 노조가 불법행위를 일삼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집단이기주의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노사관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도 말했다.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미명하에 기업인의 손발은 묶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장이 충분히 열려 있는데 길거리 투쟁에 나서는 것은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면서 배고프다고 하는 격이라며 노동자들의 집회투쟁을 비하했다. 이 같은 말을 한 이는 바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다.

권 부회장의 말에 비춰보면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노동계의 행동은 시정잡배였고, 힘없는 노조가 아닌 힘 있는 노조들의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뉴스클레임>은 4월 4일자 사설을 통해 '민노총 총파업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주제로 국회 폭력 사태를 얘기한 바 있다.

결국 저런 경제인들에게 명분을 준 꼴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는 상태에서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식의 폭력 행위 또한 성실하게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격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한 번 유념해줬으면 한다.

다만 권 부회장이 신문 기고를 통해 노동자들을 긁어내리고 노조를 깎아내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다.

권 부회장은 기고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경사노위 입장문은 노사 간 주장을 균형 있게 담지 못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허용 등 노동계 주장은 대부분 반영했지만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입장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LO 핵심협약까지 도입하면 완전히 뒤집어진 운동장이라고 우려했다. 노조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다운 주장이다. 경제가 살아야 노사관계도 살아나고, 균형이 맞아야 기업들도 부담을 덜 것이라는 의견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말 자체가 기울어졌다. 기업가들 입장에서 맞는 의견이다. 균형을 맞추자면서 오히려 노조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자기 논에 물대기 식 표현을 통해 노동계에 그럴싸한 펀치를 날렸다. 노조의 국회 진입 폭력 사태를 비판할 자격도 없는 인사다. 권 부회장 스스로 폭력적인 칼럼으로 노동자들 가슴에 상처를 입혔다. 이런 인사가 경제인을 대표하는 수장을 있다는 게 오히려 아이러니하다. 한국 기업가들의 수준이다.

기업가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만 따지고든다. 이래서 노사 간 불균형이 심각한 거다. 대안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라는 한 기업가의 말. 굳이 귀담아 들을 필요성도 없어 보인다. 결국 기업가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심보다. 노조들이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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