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1을 아시나요?
[사설] S1을 아시나요?
  • 최미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5.20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집배원 과로사에 따른 공공운수노조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공공운수노조

집배원들을 계속 죽일 것인가. 정부는 우정사업본부를 감사해서라도 집배원들이 과다 업무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 기름칠 한다고 그냥 막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지 않냐는 현장의 목소리가 꾸준하다. 택시업계처럼 밥그릇 싸움을 위해 누군가 분신자살을 택하는 게 아니라, 집배원들은 현장에서 과로사 한다. 죽고 싶지 않아도 업무가 힘들어 견디다 못해 쓰러지고 과로사하는 거다.

지난 13일 공주우체국 고(故)이은장 비정규직 집배원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뒤 많은 국민들이 함께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성실하게 일만했던 34살 젊은 청년이었다. 청년은 생전에 과로사와 상사의 갑질,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공주지역 내 면단위에서 우편배달을 했다. 그런데 그가 하루 책임져야 할 물동량은 1200여건 정도. 평균이상의 물동량을 매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은 결국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특히 이 집배원은 오전8시에 출근, 오후6시에 퇴근했다. 그러나 실상은 퇴근 등록을 하고도 퇴근하지 못한 채 무료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주변 증언들에 따르면 고인의 상사는 개인적인 이삿짐 나르기, 사택에 기르는 개 사료 및 개똥 청소를 시켰다.

논란에 공주우체국은 사과는커녕 “주52시간을 준수했다”는 책임회피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비단 고인의 상황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집배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퇴근 후 또다시 일을 한다. 무료노동의 대가는 죽음으로 돌아왔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됐다.

남을 위해 봉사하다 자신의 몸이 축나는 것을 모르고 매일 뛰는 게 집배원들이다. 하지만 이런 순진한 마음을 우정사업본부는 이용했다. 'S1'이라는 게 있다. 배달제품의 크기를 말하는 일종에 사이즈다. 그런데 1m도 넘는 제품들과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 제품들이 S1으로 쏟아진다. 책임감 강한 집배원들은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일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당일 물량을 소화시키려고 부당한 노동행위에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일을 했다. 배달하기 힘든 물건이 S1으로 와도 묵묵히 일했다. 사무직들은 그런 집배원들의 현장 상황은 모른 채 경영악화로 인해 집배원들을 더 조였다. 순진한 집배원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위에서 시키니까 더 열심히 했다. 그런데 동료들 선후배들이 한 달이 멀다하고 죽어나가는 일이 잦았다. 대부분 원인으로 지목된 사인이 심정지였다. 과로사의 주요 원인은 심정지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또 누군가의 아빠인 집배원들에게 인권은 없었다. 노동조건이 이렇게 열악한 것인지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당장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물론 사망한 집배원들의 진상규명 및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라도 이들의 억울함을 위로해야 하는 게 도리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