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고] "비정규직일때가 좋았어요"
[현장 기고] "비정규직일때가 좋았어요"
  • 김채연 독자
  • 승인 2019.06.05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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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소속 김채연 노동자 "정규직 전환되고 임금은 깎이고, 차별은 더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행사에서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행사에서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된다고 엄청 좋아했어요. 비정규직일 때 받았던 수당도 더 높게 받고 처우도 개선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좋았죠. 그리고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준 문재인대통령과 정부에도 깊은 감사를 드리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오히려 차별은 더 심해졌고, 처우는 예전과 딱히 다를 게 없어요. 오히려 그냥 비정규직일 때가 좋았어요. 그때는 희망고문 같은 것을 당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오히려 더 삶이 피폐해졌어요. 되지도 않을 희망에 모두가 목숨 걸고 좋아했었는데... 너무 허탈해요.

똑같은 사람인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눠 임금도 다르게 주고 차별하고 이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일한만큼의 대가를 원하는 건 당연하죠. 그 대가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선진국들은 궂은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주는 분배 형태가 있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는 말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노동정책은 오히려 더 후진국보다 못한 것 같아요.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임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먹고 떨어지라는 식이니 말이에요. 반면 정치하는 이들이나, 기업의 요직에 있는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받아요. 물론 정신적 노동도 노동이지만, 그보다 더 큰 게 육체적 노동 아닌가요? 이걸 좀 합리적으로 개선해서 같이 먹고 살자는 게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인 거 아닌가요? 그런데 오히려 정규직 전환 이후 더 못살게 됐으니, 이건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우습게 본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노동자들이 몇 푼 더 받겠다고 생떼를 쓰는 건가요? 일한만큼의 대가를 원하는 거잖아요.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자들의 파업을 안 좋게 보는 경제인들도 많은데, 경제가 안 좋은 것은 노동자들이 살맛나는 일터, 일 할 맛 나는 일터가 아니어서 그 노동 현장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에요. 노동자가 일을 해야 제품도 만들고 수출도 하며, 내수 진작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우습게 알고 무늬만 정규직화로 희망고문을 시킨 건 정말 잘못된 일이에요. 이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한 일인가요?

내 가족, 내 남편 아내 형 누나 동생들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가정해보세요. 피가 거꾸로 솟나 안 솟나. 분노에 가득한 노동자들이라고 손가락질 마세요. 촛불정부를 이끌어낸 역사에 길이 남을 노동자들입니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만큼은 노동자가 주인 되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장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웃지 못 할 일은 여전히 현장에는 구태와 적폐가 철철 넘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하잖아요? 그럼 선글라스 쓴 경호원들이 감시해요. 청와대 외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해도 감시를 해요. 집회를 할 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집회를 하면 꼭 감시를 받아요. 유신이나 군사 정권 때나 했던 짓을 지금도 해요. 정상적인 나라 만들자고 노동자들이 일어나서 만든 나라에요. 그런 국민들이 있는 나라에 여전히 적폐의 잔당과 구태가 만연해 있어요.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바꿔보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 오히려 잘못된 인습과 관행을 답습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이래서 대한민국이 사람 사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나라가 되겠나요?

썩어빠진 정치인들 얘기는 아예 하지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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