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의 시선] 도박 권하는 사회
[양동일의 시선] 도박 권하는 사회
  • 양동일 기자
  • 승인 2019.06.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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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클레임DB
사진=뉴스클레임DB

“이번에는 기필코 로또를 사야지?”

직장인 김수미씨는 매주 이런 생각을 한다. 김씨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매주 로또에 희망을 건다. 그야말로 한줌의 희망이 로또다. 이 한줌의 희망은 토요일 5시 이후부터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5일 내내 업무에 시달리다, 쉬는 토요일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꿀 같은 휴식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지친 몸을 이끌고 로또판매점으로 뛰어간 경험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게 뛰어가서 보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판매점 앞을 서성이고 있다. 부끄럽지만, 서로 눈치작전이라도 하듯 곁눈질을 하다 점원에게 “자동하나 주세요”라고 겸연쩍게 주문한다. 5000원의 희망, 다섯줄의 숫자를 보며 “이번에는 꼭 당첨”이라는 소망 섞인 외마디를 되 뇌이며, 다시 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가족들에게는 “재미삼아 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한다.

재미 삼아하는 건 거짓말이다. 아무리 학처럼 도도히 살고 싶은 사람들도 물질에 초연할 수 없다. 겉으로는 재미삼아 로또를 즐기는 척 보이지만, 당첨번호 추첨 날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당첨번호 인터넷 검색에 혈안이 된다. 결코 물질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인 이유다.

바로 도박 중독자들 얘기다. 완전히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매일 생각나고 또 하고 싶다면 이미 ‘가중독’ 상태다.

얼마 전에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나눔 로또 사이트에 사행성게임 중독 예방 팝업창이 만들어졌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인데, 그럼 로또는 사행성 게임과 좀 다른가.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현행법에서는 로또 구매 시 1인 1회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이를 지키는 이는 거의 없다.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하는 이들도 많다. 예상당첨번호를 찍어주는 직업까지 생겼다. 그들도 처음에는 재미삼아, 게임으로 로또를 했다. 게임 삼아 취미로 했던 게 직업이 되고 현재는 패가망신할 정도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전직 대기업 출신 로또 예상당첨번호 사이트를 운영자 김영수(43·경북 경산)씨는 "로또만큼 합법적인 게임도 도박은 도박"이라며 자신의 사례를 대놓고 설명한다. 현재 그는 운영하던 사이트가 망해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한데, 여전히 토요일만 되면 로또방에서 하루를 보낸다. 중독 중급이상이다.

김씨도 예상번호 사이트 운영 초기에는 한 달에 3000만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까지 그만두고 로또 예상번호에 매달린 것은 직장시절, 로또 3등에 여러 번 당첨됐던 이력 때문이다. 매번 김씨가 찍는 번호가 운 좋게도 당첨이 됐고, 확률이 높은 번호를 동료들에게 알려줬다, 나중에는 일보다 예상번호 분석에 더 집중한 나머지, 지금은 가족과도 따로 산다. 그는 “로또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한탄했다.

합법적 도박인 로또의 사례로만 봐도 도박 중독은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우리사회에서는 이 합법적인 로또 때문에 도박 중독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굳이 여론조사나 연구결과를 통해 데이터화 하지 않더라도, 매주 쌓이는 로또 예상당첨금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로또로 평균 160억원에서 200억원 사이의 금액이 모인다. 거의 매주 금액은 대동소이하다. 이 금액을 분석해보면 1인당 기본 5000원짜리 로또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160억원이 되려면 320만명이 로또를 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도박을 권하는 사회다. 보편적 복지자금을 위해 이렇게라도 사회공적자금을 만드는 것인데, 정작 있는 사람들은 찔끔 내고 서민들의 빈지갑을 적당히 홀려 그마저도 털어가는 형국이다.

주식 매매도 그렇다. 합법적이라는 가정 하에 자살까지 부르는 도박이지만, 그 어떤 재재도 없다. 도박 중독에 과한 캠페인이 다각도로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현실은 캠페인 등이 시행되더라도 도박중독으로 인한 폐해는 근절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니 캠페인 같은 것이라도 활성화해 인지능력 떨어지는 중독자들을 일깨워줘야 한다.

도박 근절은 쉽지 않다. 할 수도 없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일확천금을 노린 합법적 도박이 매일 중독자들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작게는 청소년 오락부터 성인들의 오락프로까지 다양하게 도박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다.

문제는 도박의 문을 다양한 창구로 열어놓고 있지만, 중독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은 전혀 없다. 도박 예방 캠페인도 한계가 있다. 도박의 천국, 라스베가스에 가면 동양인들은 그야말로 ‘호구’ 취급을 당한다. 잘해야 본전인 카지노에 죽자고 덤비는 민족성 때문이다.

큰 문제다. 물론 도박방지 프로그램 등이 존재하긴 하지만 죽자고 덤비는 도박 중독꾼을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모든 게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타짜는 도박꾼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맨 마지막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도박에 우리는 매일 목숨을 건다. 알고 보면 허무한 것이 도박인데 말이다.

도박에 귀신이 씌면 이런 충고 자체가 헛말이다. 일단 모든 것을 잃어도, 빚이 산더미여도 마지막 한방을 노리고 또 다시 악의 소굴로 기어 들어가는 게 도박에 중독된 ‘꾼’ 들이다. 한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또 당첨자들 대다수는 한방을 노렸지만, 허탕이었다. 대다수 1등 당첨자들은 직장동료들과 술을 한잔 먹고 귀가하다, 남는 잔돈이 있어 했다가 당첨됐거나 우연찮은 기회에 딱 한번 했던 게 당첨됐다. 로또가 당첨된 후 삶을 비춰봤을 때는 당첨자 10명 중 6명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합법적인 도박도 이러할 진데, 불법 사행성 도박은 오죽하랴!

사람이 할 짓 못 되는 게 바로 도박이다. 불나방처럼 모여 뛰어들었다가 결국은 자신의 몸까지 타들어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현재 도박중독치유센터(02-740-9100)는 각 지역별로 상담소를 운영 중에 있다.

도박 중독 예방에 따른 작은 실천으로 혹시 도박 중독자가 주변에 있거나 가족 중에 중독증세를 보이는 이가 있으면 제일 먼저 이곳에 방문해보길 강권한다. 뾰족한 수가 없어도 약간의 대안은 찾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자를 곁에 둔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 수시로 감시해야 한다. 도박 중독자들에게 나타나는 금단증세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기 일쑤다. 그때 건들면 절대 안 된다. 일단 지켜봐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양파껍질 벗기듯 도박으로부터 물든 자신의 모습을 벗겨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도박중독자들은 충동에 강한, 그러나 의지는 약한 그런 사회적 약자다.

비난하는 것보다는 감싸 안고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하나씩 주고 보살피면 극한 상황의 자살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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