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의 시선] 위해요소중점관리는 뒷전②
[양동일의 시선] 위해요소중점관리는 뒷전②
  • 양동일 작가
  • 승인 2019.06.20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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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해썹의 사전적 용어는 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입니다.

내용이 좀 딱딱하죠?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선 이 정도 딱딱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해썹은 생산-제조-유통의 전과정에서 식품의 위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소비자들이 해썹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믿을 만한 제품으로 오판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제도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핏 글자 그대로만 보면 위해요소를 분석해서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게 때문에 해썹인증마크가 붙으면 안전한 제품으로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오해는 금방 풀립니다.

해썹은 식품 생산이나 제조, 유통하는 과정에서 위해 요소를 제거하거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관리체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식품사고가 터졌을 때 중점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업체를 말합니다.

해썹의 역사를 알면 재미도 있을뿐더러, “아하! 그런거였구나”하고 쉽게 이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해썹은 1960년대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에서 태동하였습니다. 해썹이 우주를 개발하는 계획에서 나왔다니 다소 이해가 안 가시죠?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면 이런 겁니다. 식품안전이 100%로 보장되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을 달나라에 보내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한번 상상을 해보시죠. 어렵게 달나라에 도착했으나 모든 우주인이 집단식중독에 걸려 우주선을 조정하지 못하게 되면 어떨까요? 약을 복용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안 되겠죠! 방법이 없는 겁니다. 복통으로 시달리다 결국 우주선은 추락하고 지구인들이 원대한 꿈은 그대로 사라지겠죠.

그래서 당시 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우주식량의 개발을 담당한 필스버리사가 NASA와 함께 식품 안전성을 100%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주식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사전에 분석하고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됩니다. 바로 해썹이 태동한 구체적인 배경입니다.

그렇게 해썹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안전한 식품을 제조하기 위한 위생관리방법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모든 식품에 해썹을 적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요? 해썹은 안전한 식품을 제조하기 위한 위생관리방법이었던 겁니다. 위해요소를 분석해서 중점관리를 함으로써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이었던 거지요. 다시 말하면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가장 효율적인 체계를 갖춘 것이지, 이 시스템만 활용한다고 모든 해썹인증제품이 다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위해요소를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식중독이 걸릴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이런 취지의 해썹제도는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어서 현재는 여러 식품제조생산 공장에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썹인증제도로 인해 제품의 안전성이 담보가 된다면 해썹인증업체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고 세균이 검출되면 안 되지요.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해썹인증업체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고, 세균이 검출돼 비난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선 툭하면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못 믿을 해썹인증제도이기도 합니다. 일부 소비자들도 못 믿을 해썹인증제도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식품이라는 소비재의 특성상 매일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쨌든 조금이라도 관리되는 식품에 더 의존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사실은 해썹인증마크에 대한 무지함이 컸습니다. 여느 소비자들과 다름없었지요. 불안전한 식품의 홍수 속에 “그렇게라도 관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라며 생각한 것이 결국은 “해썹인증마크를 단 제품은 안전한 제품이다”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죠.

그 오해는 소비자단체에서 주최한 ‘HACCP 인증제도 개선’이라는 토론회에서 풀렸습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에 따르면 토론회는 해썹인증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무부처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의 해썹인증제도에 대한 문제를 실낱하게 비판하는 자리였지요.

그 자리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는 해썹인증제도를 각 식품업체 공장 등에 적용하고 있지만 그저 정부가 만들어놓은 제도의 기준에 맞추기 급급해 정작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중점적으로 관리해야할 사안들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해썹인증제도에 대한 교육시스템도 확립이 되어 있지 않고, 각자 행동양식에 따라 제각각으로 식품을 제조·유통하고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내용도 오고 갔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해썹인증제도에 대한 프로그램이 각 공장마다 달라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는 총체적인 문제점도 드러났지요. 결론적으로 모법답안이 없는 상태에서 해썹인증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저 정부가 만들어놓은 제도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보다는 각자 사업장에 맞게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세종대학교 식품공학과 김용휘 교수의 말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들여온 해썹인증제도이지만 현재 한국의 제도는 미국과 딴판이라는 겁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해썹인증제도에 스펙을 맞추려 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서류들 때문에 결국은 포기를 하고 만다는 겁니다. 서류와 기준에만 신경쓰다보면 결과적으로 해썹인증제도의 기본 취지와 전혀 다르게 운영된다는 것이 한 대학교수의 아쉬움이었습니다.

물론 식품당국이 소비자들을 속이려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해썹인증제도를 홍보하겠습니까만, 그만큼 앞으로 더 유연성을 가지고 제도 자체를 보완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소비자들이 비록 해썹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어도, 그 인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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