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연예클레임] MBC 아나운서들의 억울함
[박기자의 연예클레임] MBC 아나운서들의 억울함
  • 박혜진 기자
  • 승인 2019.07.1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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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 ‘직장 내 괴롭힘’ 1호 진정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제공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제공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관람이 끝난 후 한 가지만 떠오른다. “보고 난 후 지금이 틀렸고, 보지 않았던 그 때가 맞았구나”라는 생각이다. 어이없음에 나오는 헛웃음이라 보면 된다.

최근 이 같은 헛웃음이 다시 한 번 터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해당 법을 근거로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것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16일 법률대리인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진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2017년 입사했다가 새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계약 해지됐다. 이후 법적 공방 끝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 인정을 받았다. 지난 5월 27일부터 MBC에 다시 출근했지만 9층 아나운서실이 아닌 12층 콘텐츠 부서 옆 회의실로 가고 있다. 맡겨진 일 또한 없다.

앞서 MBC는 2016년과 2017년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 재직 때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을 뽑았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며 경영진이 교체됐다. ‘정규직화’를 믿고 있었던 아나운서들은 회사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 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재판부는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MBC는 그야말로 피바람이었다. MBC의 신뢰도 및 영향력 등 각종 위상 추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김장겸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있었다. MBC 아나운서들은 “10명이 해고되고 80여 명이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았다. 200여 명이 자신의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11명의 아나운서가 ‘그들은 안 된다’는 윗선의 지시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또 다른 11명의 아나운서는 ‘방송이 하고 싶어’ MBC를 떠났다”고 말했다.

당시 김경화, 김정근, 나경은, 문지애, 박소현, 박혜진, 방현주, 서현진, 오상진, 최윤영, 최현정 아나운서 등 11명이 MBC를 떠났다. 마이크를 잡지 못한 채 아나운서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가 있는 아나운서들도 적지 않았다.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계약직 아나운서들이다. 선배 아나운서들이 사측의 부당함에 투쟁하고 괴롭힘을 당할 때 이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봤다. 그러나 앵무새마냥 “파업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큰 가책을 느낀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정당화를 요구하고 있다.

억울할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우리는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이 무분별하게 양산한 약자인, ‘비정규직’이다. 사회에 발을 내딛은 지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은 초년생일 뿐이다. 우리는 적폐 아나운서가 아니다”라는 말도 어찌 보면 맞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 싸우던 아나운서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MBC로 들어왔던 이들이 이제 와서 법을 들먹이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성명서를 통해 “사랑하는 회사를, 해직의 아픔을 아는 선배 최승호 사장을 고소하는 일은 우리 아나운서에게 뼈아픈 일”이라며 “부당한 상황은 해소돼야 한다. 비극의 꼬리를 끊어내고 싶다. 더 이상 MBC와 더 나아가 다른 직장 어디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해소돼야 하는 부당한 상황은 무엇인지, 직장 내 괴롭힘의 시작은 누구인지, 여전히 ‘지금이 틀렸고 그때가 맞다’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렸다’라고 바뀌었는지, 마지막으로 헛웃음은 누구로 인해 나오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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