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동조 마약 재벌家 2·3세
방관·동조 마약 재벌家 2·3세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10.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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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본 재벌가(SK·CJ·현대 이어 올가티카)의 마약
곽금주 교수 “‘마약은 불법’ 인식, 일반인에 비해 떨어져”
(왼쪽부터)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왼쪽부터)SPC그룹 허 전 부사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재벌가(家) 2~3세들의 ‘마약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SK·CJ·현대·올가니카 등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약의 확산 정도가 생각보다 더 넓을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재벌가 자녀들끼리 어울려 빚어낸 일탈 현상이라도고 해석이 나온다.

최근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딸 홍씨가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공항세관에 적발됐다. 인천지검은 홍씨는 지난달 27일 마약류인 대마와 LSD 등을 소지한 채 인천공항을 통과하려다 세관 검사에서 적발됐다고 30일 밝혔다. 홍씨는 카트리지형 액상 대마, 항정신성의약품인 LSD 외에 애더럴 알약 수 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가니카는 '인류 치유의 답은 자연에 있다'는 가치 아래 건강과 환경을 위한 제품을 추구해 온 혁신적 클린푸드 기업이다. 2016년에는 CJ제일제당의 안성공장 두 곳을 연이어 인수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스타벅스'를 비롯해 할인마트까지 폭넓은 유통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홍 회장 딸의 마약 밀반입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재벌가 마약 물의 첫 시작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 전 부사장이다. 지난해 9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액상 대마를 밀수하고 흡연한 혐의로 허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SPC그룹 총수 일가 3세 경영인 허 전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과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상버부문장을 거쳤다. 특히 2016년 7월 미국의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이 국내에 도입되는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PC그룹은 허 전 부사장이 구속된 후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영근씨는 마약류 투약·구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마 쿠키와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 대마 81g을 구입해 상습적으로 흡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1남3녀 중 외아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관계다. 최씨는 2017년말부터 검거되기 전까지 SK그룹의 부동산개발업체 SK D&D 인사팀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 정모씨도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대마 약 72g 및 대마오일 카트리지 13개를 구입해 SK 창업주 장손 등과 흡연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아들이자 정주영 현대그룹의 명예회장의 손자다. 정씨는 검거 전까지 아버지 회사에서 상무이사로 일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CJ제일제당 부장도 논란이 됐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난달 대마 성분의 각종 변종 마약을 국내에 직접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그는 항공화물 속에 전자담배로 대마 흡입이 가능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 개와 대마 성분 사탕과 젤리 수십 개를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5월 식품전략기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씨의 마약 파문으로 CJ그룹 승계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구조를 개편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여기서 이씨는 2.8%의 CJ 지분을 새로 얻게 됐다. 그러나 지분율이 매우 미약한데다 마약 논란까지 휩싸여 승계작업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은 대마초를 매매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제61조 제1항은 대마초를 흡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재벌 오너가 자식들의 상습 마약 복용에 대해 어린 시절 잦은 해외생활이 몸도 마음도 병들게 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교 교수는 재벌가 자제들의 연이은 마약 사태 원인에 대해 “외국 같은 경우엔 합법적인 경우가 많아 마약을 쉽게 접촉할 기회가 많다. 중독성도 강해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아동기나 청소년 시기, 대학생 때 외국을 드나들기 때문에 '마약은 불법이다'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 비해 덜하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특히 ‘동조현상’을 꼬집었다. 동조현상이란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개인이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곽 교수는 “재벌가 자녀들끼리 서로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한명이 마약을 시작하면 따라하게 된다"며 "결국 ‘나쁘다, 잘못됐다’고 자각하기 어려워지고 마약의 유해성에 대한 경계가 떨어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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