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철거민들의 삶…그들의 마지막 선택
허물어진 철거민들의 삶…그들의 마지막 선택
  • 김도희 기자
  • 승인 2019.10.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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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빈곤사회연대
사진=빈곤사회연대

재건축지역 내 세입자들이 자살하는 사고가 빈번하다. 평생 살던 곳에 쫓겨나는 기분이니 살 맛도 안 나는 거다. 언제까지 아까운 목숨을 끊어야 하는 걸까. 한스럽고 한스럽다. 결국 세입자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한스러운 삶을 끝냈다. 이게 삶인가 하는 반문이 생긴다.

지난 4일 서울시 화곡동 단독주택 재건축지역(화곡1구역) 세입자의 자살은 이 땅의 모든 세입자들의 한스런 삶을 대변하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런데 극단적 선택을 통한 경고는 이 사회에 그 어떤 경종도 울리지 못하고 있다. 목숨만 헛되다는 말이 나온다. 여전히 세입자들이 재건축 현장에서 쫓겨나고, 거리에 나 앉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사망한 세입자는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의 다가구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50대 일용직 노동자였다. 조합이 통보한 이주기간은 9월 30일까지였다. 민간 개발사업인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에서 주어지는 알량한 세입자 대책마저도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아무런 대책이 없어 이주기간을 넘기고도 갈 곳을 찾지 못해 쫓겨나야하는 상황에 몰린 그는,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 는 유서를 남기고 삶을 내려놓았다.

22일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등에 따르면 작년 아현동 단독주택 재건축지역에서 목숨을 끊은 철거 세입자 박준경을 떠나보낸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가 ‘또 다른 박준경의 죽음을 막겠다’며,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발표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또 다른 재건축 세입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현장에선 서울시가 세입자를 죽이고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온다. 50대 세입자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국회는 박준경의 죽음 이후 발의된 재건축 세입자 대책 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조차 않고 있다. 이들은 "재개발·재건축에 내몰리는 이들의 절규에도 침묵하며 포용국가를 말하는 정부가 그를 죽였다"고 절규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다시 한번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내질렀다. 세입자를 사망으로 내몬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제대로 된 재개발·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을 촉구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남은 철거민들의 삶마저 허물어질 그 자리에는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10개동이 들어설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화곡동 반지하 단칸방 세입자가 절망하며 세상을 등진 세입자에게 죄스럽고 참담하다"며 "화려한 아파트 단지로 원통한 죽음들이 가려지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고 요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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