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에 생선,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의 자격
고양이 앞에 생선,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의 자격
  • 김성훈 기자
  • 승인 2020.01.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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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유성기업 변호한 김지형 변호사, 자격 의문”
김 변호사 “유성기업 소송대리인 담당변호사 지정 철회”
9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등 노동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지형 전 대법관 위원장 내정을 규탄하고 있다.
9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등 노동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지형 전 대법관 위원장 내정을 규탄하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삼성준법감시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9일 출범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 재판부가 이재용을 구속하지 않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꼼수라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등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옹호한 김지형 변호사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은 기만”이라며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형량 낮추기용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 내부에 속하지 않은 별도 외부 기구로, 삼성전자 등 주요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한다. 위법 의심 사안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와 경영진의 비리를 신고 받고 직접 조사할 수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김지형 변호사를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노조는 이날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준법감시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 설치하라는 것 자체가 이재용을 봐주기 위한 수순이다”며 “이를 이행하는 것이 이재용의 국정농단 범죄행위를 덮어주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면 국정농단은 처벌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지형 변호사에 대한 자격론도 제기했다. 노조는 “김 변호사는 판사시절 삼성의 3대 세습을 위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사건에서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며 “친재벌적 성향인 그에게 삼성에 들어가서 준법을 감시하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개업 후에도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의 변호를 맡아 어용노조 설립, 직장폐쇄 및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라며 “삼성이 ‘준법’을 말하는 것 자체도 믿을 수 없지만 노조파괴 범죄를 변호했던 김 변호사를 내세우는 건 더욱 이상하고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처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제 잘못이고 나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규탄한다는 표현은 준법감시위원회 일을 하는데 본분을 잊지 말고 대의에 충실하라는 채찍의 말로 이해하고 있다. 유성기업 건의 경우 담당변호사 지정을 철회했고, 기아차 등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숙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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