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④] 무한경쟁체제 내세우는 ‘선진경마’
[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④] 무한경쟁체제 내세우는 ‘선진경마’
  • 김옥해 기자
  • 승인 2020.02.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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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문중원 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 구조적 비리 척결을 위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문중원 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 구조적 비리 척결을 위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경마기수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철밥통 마사회의 조직 내 비리 때문이다. 기수들의 자살로 마사회는 투명 살림을 약속했지만, 생각보다 그 골은 깊었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왜 경마기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총 10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마사회의 폐쇄적인 구조가 문제를 야기한다고 꼬집고 있다. 마사회는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며 자신들은 시행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모든 경마 관계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는 공공기관이다. 경마가 사행성 도박장이 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오히려 경마 주체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대책위는 관리감독 기관인 ‘농림수산식품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마사회가 공공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마사회법에서도 관리감독의 권한과 마사회장 해임의 권한이 명시돼 있다. 

대책위는 “7명의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사망하고, 유서를 통해 마사회의 비리와 문제를 폭로됐음에도 농림수산식품부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이사회에 참석해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외부 인사들이 이사회나 관리감독 기구에 들어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회의와 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가 내세운 요구 사항으로는 △마사대부 심사위원회의 투명한 운영 △기수·마필관리사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조합과의 교섭 추진 △선진경마 폐지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 등이 있다. 

이들은 문씨의 유서를 통해 마사대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음이 밝혀졌지만 마사회가 내놓은 개선안은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마사대부 심사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심사 과정에 대한 영상녹화나 회의 녹취록 등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부 심사위원에 노조 추천위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심사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사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노동자성 인정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조교사가 고용한 노동자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자인 마사회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지 않아 실효를 갖지 못한 상황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2017년 고용구조개선협의체 활동을 통해 조교사협회가 집단고용을 했다. 이는 조교사 개인이 함부로 마필관리사들을 해고하지 못한 위함이었다. 그러나 제재조치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게 됐고 그 곳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들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 경우 다른 마방으로 배치해야 하지만 마사회와 조교사협회가 책임을 지지 않아 조합원들이 돈을 걷어 마필관리사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맞춰주고 있다.

대책위는 “고용형태만 바뀌었을 뿐, 마사회와 조교사협회는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진짜 책임자인 마사회가 교섭에 나와서 함께 합의하지 않는 한 조교사협회와의 교섭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수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마사회는 기수들이 위탁계약자라는 이유로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허나 조교사들의 면허와 마방의 운영, 기수들의 면허와 징계 등 모든 점에서 마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의 형식을 빌미로 삼아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선진경마 제도를 폐지하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 ‘선진경마’라는 이름으로 마사회의 책임을 외주화하지 말고 무한경쟁체제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마사회는 문 기수 사망 이후 개선이라고 말하며 지난해 12월 26일과 28일 ‘2020년 부산경남 기수 상금 시행안’ 및 ‘추가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1위 기수가 받던 상급배분율 57%를 축소해 2위, 3위 기수에게 분배하는 방안이었다. 반면 4, 5위는 분배율에 변화가 없고 나머지 순위권 밖의 기수에겐 해당사항이 아예 없었다. 

대책위는 “순위권 밖이나 하위권 순위 기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마사회의 의도”라며 “마사회의 대응책은 셀프개혁이 얼마나 한계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마사회는 공공기관으로서 건전경마를 위해 노력하고 공정하게 경마를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경마와 관련된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삶과 건강한 노동조건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문 기수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하는 한편 고인의 죽음에 책임있는 당사자로서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경마를 폐기하고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며 경마산업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열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공기관이 혁신을 하지 않고 과거의 형태를 고집한다면 공공기관으로써 존재할 가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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