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관치’ 도래하나… 손 회장 압박하는 ‘금감원’
우리금융 ‘관치’ 도래하나… 손 회장 압박하는 ‘금감원’
  • 조현지 기자
  • 승인 2020.02.10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번 무단 도용’ 사건 1년 만에 사건 올린 ‘금감원’
금감원, 손 회장 제재 위해 DLF 제재심 사전에 손 썼나
우리은행 노조, ‘손 회장 지키기’ 적극 지지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관치’에 휘말리기 시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를 회장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1년도 더된 ‘비번 무단도용’ 사건을 평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손 회장은 DLF(파생결합펀드)에 이어 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에 오르게 됐다. 이번에는 2018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 정보기술(IT)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을 다시 제재심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측은 “통상 1년여 시일이 소요되지만, 지난해 DLF 사태, 종합검사 등이 겹쳐 여유가 없었다”며 “이슈가 공개화된 만큼 빠르게 제재심에 올려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바꿨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고객은 2만3000여명에 달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을 속였다. 오랫동안 거래가 없던 고객의 온라인 비밀번호를 변경하면 거래 실적으로 잡히는 점을 악용해 승진을 해왔던 것이다. 

금융감독원 로고
금융감독원 로고

문제는 금감원이 1년 전부터 우리은행 ‘비번 도용’ 사태를 알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은폐해 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고객에게 도용 사실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금전적 피해는 없었다”는 우리은행 해명만 믿고 넘겼다가 이번에 손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DLF 3차 제재심에서 손 회장에게 문책을 내리기 위해 당초 사태에 책임져야 할 ‘관리자’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을 제재심 마지막에 ‘행위자’로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정 부문장이 관리자일 경우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 금감원이 사전에 미리 손을 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을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 회장은 원래 중징계 대상이었다”며 “정 부문장은 우리은행 임직원 통제, 감독권이 없어서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회장이 회장직에서 이탈하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정부 개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장과 은행장 두 임원이 동시에 자리에서 내려오면 ‘무주공산’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에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며 “벌써부터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과 정치권 개입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DLF 3차 제재심 이후 손 회장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우선 손 회장이 연임을 목표로 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해 제재처분 효력정치 가처분 등 절차를 밟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금감원과 긴장관계가 고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이 DLF 사태처럼 은행 경영진 내부통제 부실에 책임을 물을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손 회장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부분이다. 다음 달 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기관제재가 결정되고, 손 회장이 최고 경영자 제재까지 공식 통보받으면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 회장이 발버둥 쳐도, 우세는 금감원 측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금융 특성상 관치금융 성향이 강하고, 금융사는 불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행정 소송을 진행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무산될 우려가 크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당국 중징계 받은 사례를 봐도 대부분 중도 퇴진했다. 

문책받았던 금융사 CEO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 △어윤대 전 KB금융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이 있다. 이들 CEO 모두 중징계 이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손 회장도 이들처럼 회장직에서 내려온다면, 결국 우리금융이 ‘관치’로 흘러갈 수 있다고 금융권은 분석한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달 31일 1개월 기한으로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집회신고를 예고했다. 손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우리은행 노조가 투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