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⑦] “수직적 권력구조 개편… 눈 마주봐야”
[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⑦] “수직적 권력구조 개편… 눈 마주봐야”
  • 김옥해 기자
  • 승인 2020.02.11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관계자와 유족들이 진상규명 및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경마기수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철밥통 마사회의 조직 내 비리 때문이다. 기수들의 자살로 마사회는 투명 살림을 약속했지만, 생각보다 그 골은 깊었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왜 경마기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총 10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경마산업 관련자들은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권력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조교사들은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고, 기수와는 기승계약을 체결한다. 편면적 권리관계로 인해 기수들은 조교사와 기승계약이 없으면 말을 타지 못해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기수를 생계를 쥐어 잡고 있는 조교사는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에 통제돼있다. 

마사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사회가 제정·시행하는 경마시행규정에는 조교사와 기수에 대한 제재의 종류가 규정돼 있다. 기수와 조교사에 대한 견책과 과태금 징수는 물론 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마사회는 형식적 근로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면허의 취득부터 갱신, 취소까지 마사회를 통해서만 가능한 가운데 불평등한 권리관계가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입법의 모순이라고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지적했다. 

특히 마사회가 일방적인 면허권과 징계권을 지니고 있는 점을 비롯해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소득 도한 마사회가 제정·시행하는 경마시행규정을 통해 결정되는 점을 볼 때, 마사회는 기수 및 말 관리사에 대한 임금 결정권과 징계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고용관계에 따르는 책임은 모두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선고된 판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판결에서 제시된 사용종속관계의 지표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법리가 되고 있는데, 새로운 노동관계가 등장할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상당한 지휘감독 △근무시간 및 장소의 구속 등 관련 지표들은 중층적 고용관계인 마사회와 기수 및 말 관리사 간 관계에서 간명하게 드러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최근 판례는 지배, 개입 사안뿐 아니라 단체교섭의무에 관해서도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긍정되는 이상 임금 항목에 관한 원청의 교섭책임이 긍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노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이익형량 없이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으며 일정한 공간사용에 대한 수인의무를 부담한다고 의미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수와 말 관리사 등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종조합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불평등한 고용구조와 사회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이를 기초로 고용관계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사회가 행사하는 권한이 폭넓게 존재하고 있고 고용관계의 핵심요소를 모두 포섭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상 마사회의 지배력 범위에 조응하는 단체교섭의무 부담은 보다 간명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사회를 정점으로 하는 현재의 중층적 고용관계는 마사회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변화로, 그 과정에서 마주와 달리 노동자는 권리의 주체로 고려되지 못했다”며 “고용구조와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마산업 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로서 마사회와 마주 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