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⑧] 위장된 공공성, 위장된 자영업
[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⑧] 위장된 공공성, 위장된 자영업
  • 김옥해 기자
  • 승인 2020.02.1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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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기수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철밥통 마사회의 조직 내 비리 때문이다. 기수들의 자살로 마사회는 투명 살림을 약속했지만, 생각보다 그 골은 깊었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왜 경마기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총 10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경마산업 종사자들의 호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사회 소속 가수, 말 관리사 7명이 마사회의 비리와 다단계착취를 폭로하며 목숨을 끊었다.” 이같이 간명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은 지금도 많은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이나 노동자일 수 있는 경마기수는 스포츠 선수로 인식되거나 노동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는 한국마사회라는 독점적, 다단계 착취구조가 존재한다. 마사회는 1차, 2차, 3차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적 말산업구조라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경마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위장된 공공성으로 해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스포츠 선수의 스포츠에 대한 오래된 통념과 자영업자 신분이 맞물려 노동자성을 사회적으로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일본의 프로야구에는 선수노조가 있고, NBA나 유럽의 축구선수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반면 국내 야구선수들 경우 1980년대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스포츠가 상업화되면서 스포츠 활동자체가 심각한 신체적 상해위험이 증폭돼 노동자성을 이해시키려 했다. 그러나 작업적 스포츠 활동은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구단에 사실적인 종속성을 가지고 있어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신체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자기목적성’이 우선할 수 없다는 벽에 부딪혔다.

기수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들의 임금은 상금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불리고 지급된다. 기수의 상금책정은 마사회 소속 노동자들의 연봉책정 방식이나 스포츠 분야의 상금 및 연봉책정 방식과도 다르다.  마사회가기수의 상금(임금)을 책정할 때 매출 원가를 산출한 뒤 그 금액을 상금으로 책정해 마주(72.3%), 조교사(8.1%), 기수(4.8%), 관리사(14.6%)로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 즉 경마대회에 1위에서 5위 안에 들어갔을 경우 상금을 차등으로 타게 되는데,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모든 선수들에 대한 프리 기수 제도와 많은 경마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선수들 개개인이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사회의 독점적 경기운영권 하에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종속적 구조에 갇혀 상금에만 의존하도록 설계돼 있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내부의 편차를 더욱 극단화시키는 방식으로 구조화돼있다”며 “경기에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상위 5명만이 임금으로서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마사회의 상금구조가 극단적인 차등배분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마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으로 스포츠경기업에 속하지만 현재 농림부 산하에 소속돼 있다. 통상 스포츠구단에 소속된 선수들과 구단 측과의 계약은 대체로 ‘선수자신이 갖고 있는 스포츠 재능을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사회는 구단주와 감독의 역할인 마주와 조교사를 아웃소싱하면서 말 관리사와 기수를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형식상 마사회는 경기시행의 주체로 남는 식으로 만들면서 ‘위장된 자영업’의 형태로 관련 역할들을 외주화했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은 “아웃소싱의 가장 나쁜 형태라고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형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경마라는 도박산업의 특성까지 겹쳐져 과도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책임이 기수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노동자들은 다단계로 이어지는 위장된 자영업 형태와 도박산업, 독점구조가 교차하면서 경기결과에 따른 상금으로 임금과 노동자성이 지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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