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⑨] 기수 발목 잡는 공공성의 허구
[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⑨] 기수 발목 잡는 공공성의 허구
  • 김옥해 기자
  • 승인 2020.02.1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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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경찰들이 故 문중원 경마기수의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을 막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경찰들이 故 문중원 경마기수의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경마기수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철밥통 마사회의 조직 내 비리 때문이다. 기수들의 자살로 마사회는 투명 살림을 약속했지만, 생각보다 그 골은 깊었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왜 경마기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총 10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故 문중원 기수를 포함해 7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의 잇따른 자살은 위험의 외주화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말한다. 노동조건에 대한 어떤 사회적 보호장치도 없을 때 외주화가 가져오는 폐쇄적·비가시적인 노동환경이 노동자들의 육체와 정신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 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울경마장기수협회에서 2007년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마기수의 재해율은 탄광노동자의 11.5배, 말 관리사의 11.2배라는 심각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서는 2006년 기준 부상발생 건수가 123건, 총 입원일수는 1767건, 경기 중 부상은 42건 등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마사회 측의 연구보서에는 기수의 평균 재해율은 30%로 관리사의 3배, 타산업 평균재해율(0.6%~0.7%)에 비해 5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서울 경마장의 재해율은 2011년을 기준으로 절반으로 감소하는 반면 부산경남 경마장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선진경마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부산경남 경마장의 재해율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해율은 경마가 위험해서라기 보단 한국적 경마산업의 독점, 도박, 외주화 정책이 맞물려 위험이 구조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다른 종류의 운동 경기와 달리 경마 자체를 즐기기보단 돈을 걸어 따려는 관중들이 모여서 과열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기수들과 말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압박감은 다른 스포츠 못지않게 심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경마산업의 위험이 기수와 말 관리사에 집중돼 있어 종종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경마기수들의 직무스트레스 척도 개발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기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경쟁, 의사소통, 동료비교, 부상스트레 등이 있다. 다면적 고용구조 상에서 발생하는 조교사의 인격적 무시 욕설 등이 의사소통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마사회는 스포츠다운 경쟁을 훼손하고 도박성 경쟁까지 벌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연쇄자살을 불러오게 했다. 

여성 기수들이 유서를 남기고 죽었을 때, 당시 마사회에서는 “경쟁성 상금을 서울보다 많이 높였다. 경쟁성 상금이 없으면 경마가 죽는다”고 말했다. 여성 기수들이 조교사의 갑질과 연쇄적인 자살시도를 언급했음에도 마사회는 이러한 위험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을 외면하고 있다. 조교사의 폭언과 인격모독 등 가혹한 인권유린은 문 기수의 유서에서도 발견됐다. 외주화된 고용형태와 마사회의 독점구조, 도박이라는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구조화되고 있지만 마사회는 말 관리사와 기수들의 연쇄적인 죽음에 대한 해결책을 회피하고 있다.

마사회의 매출액은 7조8000억원이 넘는다. 당기순이익은 2200억원이 넘어 공기업 중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편에 속한다. 이중 1조8000억원을 세끔으로 납부하지만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세금납부는 마사회의 존재이유일 뿐 마사회의 공공성을 담보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사회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연간 110억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마사회의 공공성은 실종됐고 독점의 해악만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내·외부 공공성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들의 인권유린과 죽음으로 방기하고 있으며, 밖에서는 경마에 대한 사행성과 중독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사회에게 진지하게 따져볼 일이라고 했다. 마사회를 공기업으로 존속시켜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노동자들은 “마사회가 그동안 죽음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독점의 권력집단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꼴”이라며 “여전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마주와 조교사 협회 등이 만든 위장된 책임주체들을 앞세우고 있는 지금의 국면에서 마사회의 공공성은 허구가 아닌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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