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⑩] “제제·불법·죽음 없는 일터 필요”
[마사회기수는 왜 죽어야 했나⑩] “제제·불법·죽음 없는 일터 필요”
  • 김옥해 기자
  • 승인 2020.02.14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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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민주노총이 경기도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8일 민주노총이 경기도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마기수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철밥통 마사회의 조직 내 비리 때문이다. 기수들의 자살로 마사회는 투명 살림을 약속했지만, 생각보다 그 골은 깊었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왜 경마기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 총 10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저는 15년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일하고 있는 마필관리사지부 지부장입니다.”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 지부장은 담담하게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고 지부장은 “지금까지 많은 기수와 관리사들이 경마장을 떠났다. 개인사정으로 나간 관계자도 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마사회의 경마법규 위반으로 나갔다”며 “특히 기수는 경주 중에 많은 제재를 받고 그로 인해 마사회를 떠났다”고 밝혔다.

고 지부장은 기수 대부분이 조교사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교사의 지시를 어기게 되면 조교사가 말을 태우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조교사들끼리 험담을 일삼는다고 덧붙였다. 조교사들끼리 이른바 ‘담합’을 하며 왕따를 시킨다는 것이다. 마사회 내부 재결팀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조교사의 작전 지시에는 관심이 없고 힘없는 기수에게만 가혹한 제재를 준다. 일부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왜 그렇게 말을 탔느냐”는 식의 말은 많이 들어서 덤덤하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생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지, 언제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기수와 관리사 등 경마관계자의 90%는 이런 회의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고 지부장은 전했다.

기수나 마필관리사는 마사회법에 의해 마주를 만나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위반이다. 조교사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조교사는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마사대부 심사에선 마주에게서 말을 수급해오고 마주 서명을 받아오라고 한다. 

고 지부장은 “현직에 있는 기수가 어떻게 마주에게 말을 달라고 하냐”며 “이런 경우는 경마법규 위반이며 말이 안 되는 경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날 수도 없는데, 만나서도 안 된다. 결국 불법을 저지르라는 것이다”며 “애초에 조교사 시험과 면접에서 모든 걸 통과하지 않았냐. 조교로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면허를 취득했으니 별도의 마사대부가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수는 말을 타고 싶어도 조교사가 태워주지 않으면 탈 수가 없다. 즉 조교사의 지시를 어기면 기수생활을 관둬야 한다는 뜻이다”며 “기수가 최소한의 임금이 있다면 당당히 거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울부짖었다. 더 나아가 부정경마 지시를 고발했을 때 조교사에게 강력한 제재가 주어지거나 기수를 회사에서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 지부장은 “부산과 서울의 차이는 서울 관리사나 기수는 최저 생계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어도 마사회에서 일하면서 아픈 곳이 있어도 가정을 지킬 수 있고, 다치지만 않고 열심히 일하면 정년가지 일할 수 있으나 부산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렵다는 전언이다. 혹여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일상적인 생활은 꿈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이 힘들다고 도둑질이나 강도, 사기를 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검은 돈에 눈을 돌리 수밖에 없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회사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금 시스템에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노출돼 있다”며 “기수와 말 관리사가 바라는 것은 모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 그 하나뿐이다. 노동자들의 염원과 호소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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