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내모는 플랫폼 종사자법
플랫폼 노동은 AI가 분석한 노동자의 패턴에 따라 아주 단순하게 운영되는 일종의 기계자동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사람에게 적용해 사람들을 매일 기계처럼 돌린다. 물론 보상은 있다.
일한만큼 일종의 일비를 받는다.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당 플랫폼의 안주인은 플랫폼 노동자가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막대한 수수료와 사용료 등을 통해 부를 축척한다.
팔짱만 끼고 있어도 돈이 넝쿨째 굴러온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연구개발하고 투자한 비용을 뽑고도 이제는 그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 틀 안에서 매일 소모된다.
남들보기에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니다. 죽도록 일해서 푼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형국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해 최근에 법안이 발의됐다. 기업의 책임을 배제한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법안이라고 나온 법이 되레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후 공공운수노조 측은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배제하고,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법안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법안은 ‘플랫폼 운영자’를 플랫폼 종사자의 노무 제공을 ‘중개 또는 알선’하는 자로 규정한다.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그 노무를 제공받는 이용자 사이에서 단순한 ‘계약 체결의 중개자’가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플랫폼 기업은 중개자일 뿐 사용자가 되지 않는다.
노조 측은 음식 배달, 가사/돌봄, 화물운송 등 이미 플랫폼 노동이 일반화된 업종에서 확인할 수 있듯 플랫폼 기업은 해당 노동자의 보수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무제공을 통제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데, 이 법은 이러한 관행을 합법화시킨다는 입장에 서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은 쏘카를 타다 드라이버의 사용자로 인정하거나 카카오모빌리티를 노조법 상 사용자로 인정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노조 측은 말하고 있다.
또한 법안이 규정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 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타다 드라이버나 음식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사례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플랫폼 종사자’에는 노동법상 근로자가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로 인정돼야할 노동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법이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법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노조 측은 해석했다.
플랫폼 운영자가 플랫폼 이용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경우 사전에 플랫폼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사회보험 관계법령의 의무 이행 등 별도로 명기할 이유조차 없는 당연한 의무 사항을 제외하면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갖는 거의 유일한 책임 사항이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노조 측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별도 법안 추진 안건이 정부 일자리위원회에 상정됐을 당시 양대노총과 비정규직, 여성 관련 일자리위원들은 플랫폼 별도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분명하게 안건 처리에 반대했다"며 "그럼에도 일자리위원회는 서면 심의·의결이라는 형태로 안건 처리를 강행한 것은 물론, ‘전문가와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기만했다. 노동계와의 합의를 요식 절차 정도로 여기고, 협의 내용마저 속이면서까지 정부가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면서 까지 플랫폼 노동을 노동법 바깥으로 내모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노동자가 고용관계와 무관하게 노동3권을 온전히 누리고,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은 당장에 해결해야할 과제가 됐다.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 종사자법 추진을 중단하고, ILO 핵심협약에 걸맞게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