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획]간호사 범법자로 만드는 PA①

2021-05-31     김옥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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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로 PA(Physician Assistant)는 의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말한다. 자세히는 간호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만의 용어로 PV간호사라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어느 순간 부터 의사보다는 PA가 진료를 대신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수슬방에서 대리수술을 하는 일이 발생하고, 간호사 업무외 의사 업무까지도 도맡아해야 하는 일들도 잦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또한 간호사들에게 돌아갔다. 불공평한 현실이다. 불법행위를 일부러 하진 않는다. 환자를 앞에 두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관련 시민단체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의 절절한 목소리 들어야 한다"며 "PA인력 중 대부분이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협의,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코로나19 환자치료와 의료기관의 대응 상황, 보건의료 인력 운영, 야간교대근무제 운영 등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병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93개 지부(102개 의료기관)를 대상으로 PA 의료현장의 실태를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그 첫번째 순서로 PA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발했다.

특히 이번 의료현장 실태조사에서 의사의 고유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는 명확히 드러났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 각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처치를 처방했다.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진료과에서 의사 대신 수술과 수술기록지를 작성하고, 심지어 환자의 치료 방향은 물론 암환자의 항암제 용량을 계산했다. 동맥관 채혈과 A-line 삽입 등의 침습 시술을 시행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을 전제로 하는 환자의 수술·시술·검사 등에 대한 동의서를 의사 이름으로 받았다.

이런 모든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다.

간호사들은 불법의료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유는 당장 환자가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의사가 없거나, 연락이 안 돼서 약물이나 동의서, 드레싱, 동맥관채혈처럼 시간을 다투는 문제는 간호사가 어쩔수 없이 처방을 입력하거나 직접 시술 처리하는 업무를 할 수밖에 없어서다.

의료현장에 의사가 부족해서 이런 행위가 자행되는 것도 주 원인이다.

특히 실태조사에서는 “근무평점을 주는 진료과장 지시로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신규간호사들은 특히 더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절하기 어렵다. 상급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PA가 해당 진료과 교수의 불법의료행위 지시 중 처방 입력과 의사가 기록해야 할 환자경과기록지 작성을 거부했다가 “그럴거면 나가라. 그만둬라. 다른 진료과는 시키는 대로 한다”는 폭언도 간호사들은 감수해야 했다.

간호사들은 “PA 본인에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라, 피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혼자 견디든지 나가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권력과 권위를 이용하여 불법의료행위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경우 징계나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도 확인됐다. PA인력들은 “의사 이름으로 처방을 내지만 의사들은 정작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처방한 것이 아니라며 PA에게 미룬다며 "환자·보호자들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PA는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현장에서는 업무내용의 혼선은 물론 의료인 간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조사됐다.

현장실태조사에서는 “명확한 업무 규정이 없다, 의사가 할 일은 의사가 하고, 간호사가 할 일은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의료인간의 기본원칙이 무너져 있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더 웃지못할 상황은 “PA가 의사들에게 해당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의사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의사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PA를 사용하고 있다”고 간호사들은 토로했다.

간호사들은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환자를 속이는 행위이고,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정부는 더 이상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해서도 안 되고, 무대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고 목청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