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 다가온 이재용 가석방 심사…재계 "국가경제 큰틀서 긍정 검토해야"

경제계·정치권 등서 잇단 사면 필요성 목소리…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 속 법무부 결정 주목

2021-08-08     장시복 기자
삼성전자 사옥. 삼성전자 홈페이지

오는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가 판가름 나는 가운데 경제계는 물론 정치·사회 전반에서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결단과 코로나19 위기 속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8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8·15 광복절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심사할 예정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재구속된 상태입니다.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가석방 심사 기준을 복역률 80%에서 60%로 완화했는데,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재계 일각에선 가석방으로 결정될 경우 이 부회장이 내년 7월(형기 종료 시점)까지 글로벌 해외 고위급 의사 결정권자들과 만나는데 출입국 제약 등이 있을 수 있어 '특별 사면'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단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할 경우 가석방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 부회장이 기준을 충촉했고 현재 코로나 19 사태로 국가 경제 위기론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져, 정부도 긍정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반도체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 결심을 위해선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실제 대만 TSMC는 지난 4월 앞으로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5개까지 추가 건설키로 해 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습니다.

인텔도 새로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경쟁 구도는 삼성전자, TSMC, 인텔의 3파전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총수 부재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을 수 개월째 내리지 못하고 있고, 2017년 이후 눈에 띄는 M&A도 나오지 않는 모습입니다.

가석방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소관 사항인데, 국내외 경제계는 물론 여권에서도 이 부회장 경영 복귀 필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긍정 검토해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비롯한 5대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4월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내고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고,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고충을 알고 있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6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부회장과 관련해 "청와대의 고민을 이해한다.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고, 지난달 20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은 자리에서 "반도체 산업의 요구와 국민 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반도체 산업계의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경영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제임스 김 회장도 지난 5월 "삼성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면은 한미 양국 최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