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청신호’…7~9월 관객 늘었다

7~9월 극장 관객 수, 올 상반기 누적 관객 넘어 하반기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모가디슈'

2021-10-01     김혜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 영화계는 연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모가디슈’가 어려운 상황 속 올해 첫 3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것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2021년이 3개월 남은 시점에 올해 개봉한 국내외 작품 중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감염병 사태 앞에 위기를 맞은 영화계의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선한 가을바람 타고 영화계에도 순풍이 불어올지 기대가 모인다. 올 상반기 침체됐던 극장가 스코어는 7~9월 한결 풀리고 있는 분위기다.

■ 극장가 ‘청신호’…7~9월 관객 늘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월 1일~30일 오후 1시 기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528만8695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개봉한 한국 영화는 총 50편, 외국영화는 65편으로, 총 115편의 영화가 극장에 새로 걸렸다.

8월(1일~31일)에는 전체 120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791만여명이 극장을 방문했다.

특히 이 기간 한국 영화는 47편이 개봉, 관객 수 602만1562명을 동원하며 극장 점유율 76.1%를 차지했다. 73편 개봉해 188만8513명 관객을 동원한 외국 영화(점유율 23.9%)를 크게 웃돌며 선전했다.

7월 역시 국내외 총 154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697만 관객을 만났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앞서 1~6월 누적 관객을 살펴보면 ▲1월 178만 ▲2월 311만 ▲3월 325만 ▲4월 256만 ▲5월 438만 ▲6월 492만명 등이다.

2021년 국내외 영화 누적 관객 수. 뉴스클레임.

올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누적관객은 4020만 273명인데, 7~9월에만 이중 절반 이상인 2017만5213명이 극장을 찾았다. 하반기 3개월 만에 상반기 전체 관객을 넘어선 것이다.

■ <모가디슈>‧<싱크홀>‧<인질> 등 한국 영화의 활약

이 같은 성과에는 한국 영화의 활약이 한몫했다.

앞서 상반기에는 외국 영화 점유율이 크게 치솟으며 한국 영화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1~6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평균 19.5%로, 외국 영화 80.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7~9월 평균 52%대로 성장하면서 외국 영화 47.9%를 넘어서는 결과를 냈다. 국내 작품들이 관객들 마음을 잡은 데 성공한 셈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3배나 높았다.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사진=네이버 영화 제공

7월 말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의 흥행 성공이 이 같은 결과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모가디슈’는 개봉한 이래로 357만 누적 관객을 모았다.

이후 8월 둘째 주 개봉한 영화 ‘싱크홀’도 힘을 보탰다. ‘싱크홀’ 누적 관객 수는 218만 명이다.

뒤이어 ‘인질’도 162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영화 선전에 기여했다.

8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이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9월 15일 개봉한 영화 ‘보이스’와 ‘기적’도 각각 101만, 47만 누적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올 하반기 한국 관객 사랑받은 영화. 뉴스클레임.

박스오피스 기준 하반기(7~9월)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은 국내외 영화를 살펴보면 1위는 ‘모가디슈’(357만), 2위는 ‘블랙위도우’(296만), 3위는 ‘싱크홀’(218만)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168만), ‘인질’(162만), ‘보이스’(101만), ‘보스 베이비2’(92만), ‘랑종’(83만)이 뒤를 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코로나19, 전과 후

잇단 성과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견줄 바 없는 저조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합전산망 통계상 2019년도 총 관객 수는 2억2667만여명, 총매출액은 1조 9139억원을 넘었다. 2013년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반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관객수와 매출액은 전년 대비 ⅓수준으로 하락했다. 아직 10~12월이 남아있지만 올해는 이전의 ⅕로 떨어진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약 38.2%, 1239만 명이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한국 영화 제작과 개봉이 미뤄진 영향도 크다.

올해 실질 개봉 편수는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개봉이 연기됐던 할리우드 작품 등 외국 영화 개봉이 재개된 여파다. 한국 영화 역시 지난해부터 개봉 시기를 고심하다 올해 공개한 작품들이 있지만, 극장에 오래 걸리지 못하고 VOD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으로 넘어가 관객을 만났다.

감염병 확산에 따라 영화 촬영이 중단되는 등 제작의 어려움뿐 아니라 영화사의 재정적 문제도 개봉작을 많이 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 위기의 영화계, 기금에도 ‘빨간불’

급기야 지난 8월 한국영화 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등 영화계 단체 10곳은 영화발전기금에 국고 출연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이 줄면서 영화 관련 회사들이 폐업을 걱정하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호소다.

이들은 영화발전기금만으로 현 사태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국가의 지원을 촉구했다.

실제 극장 관객이 줄면서 동시에 영화발전기금이 걷히지 않자, 기금 고갈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한국영화 및 영화·비디오물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하여 설치한 기금으로, 2007년 마련됐다. 기금은 영화 창작과 제작, 수출 등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영화관이 관람객 티켓값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내고 있지만, 극장 관객이 줄면서 동시에 기금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500억원대에서 코로나19 이후 100억원대 규모로 떨어졌다.

■ 하반기 개봉 예정작, 뒷심 발휘할까

연이은 한국 영화의 개봉과 흥행은 위기의 영화계에 힘을 보탠다.

지난달 개봉한 ‘보이스’가 100만 관객을 이끌며 인기를 유지하는 것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상영작 기준 이날 예매율 2, 3위는 ‘보이스’와 ‘기적’이 차지했다.

하반기 뒷심을 발휘할 개봉 예정작도 눈길을 끈다.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브라더' '당신얼굴 앞에서' 사진=네이버 영화

6일에는 공포‧스릴러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홍은미 감독의 ‘F20’과 송운 감독의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가 같은 날 극장에 오른다.

영화 ‘브라더’, ‘피어썸’, ‘당신얼굴 앞에서’, ‘강릉’ 등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듄’,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 할리우드 대작들도 찾아온다.

한국 영화는 올해 102주년을 맞이했다. 10월은 27일 ‘영화의 날’이 있는 달(月)이기도 하다.

천만 관객 시대의 영광을 뒤로하고 아직까지 얼어붙어 있는 영화계에 순풍이 불어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