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 “사무실·화장실·식당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협의회 “사고조사에 도움 안 되는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 중단해야”

2021-11-09     박명규 기자
뉴스클레임DB

[클레임노동=박명규 기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다. ‘안전 운행 확보’가 주된 이유다. 철도노동자들은 “감시카메라는 사고조사에 도움은커녕 기관사를 범죄자로 만든다”며 설치 시도 중단을 외치고 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1만 운전인이 요구한다. 우리의 목에 ‘감시카메라’라는 총칼을 겨누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열차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것을 강요했다. 특히 2014년 1명이 사망하고 83명이 부상한 ‘태백선 열차 충돌 사고’를 언급하며 영상기록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철도노동자들은 열차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 설치는 기관사들에게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감시카메라로 기관사를 감시해야만 한다는 투로 기관사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여기에 열차 안전확보와 감시카메라 설치가 필연적인 듯 말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인정된 바도 없다”며 “사고조사에 도움은커녕 기관사를 범죄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감시카메라가 사고예방과 아무 상관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협의회는 “사고가 낫다 하면 언제나 기관사가 제1용의자가 된다. 차량 결함이나 시스템적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중심에는 항상 기관사가 있었다”며 “사고는 기관사가 아무리 정신 차리고 일해도 시스템 오류와 결합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기계를 처벌하지 못하고 결국 기관사에게 최종 책임을 떠밀고 있다”고 밝혔다. 

감시카메라가 일터를 철장에 싸인 감옥으로 만들 것이라는 토로 또한 나왔다. 협의회는 “우리들에게 운전실은 사무실이며 화장실, 식당이다. 그 좁은 운전실에서 승객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이 모든 것을 감시하며 노동자 인권과 자존심까지 밟아야 하는가.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권력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의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 우리는 일터를 감시카메라라는 철장에 쌓인 감옥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정부와 국회, 철도공사는 계획된 관련 시행령 개정 준비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