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팅 프라이팬 원료가 화장품에서… “규제책 마련 시급”

국내 화장품 20종 중 절반 ‘과불화 화합물 검출’ 환경운동연합, 식약처에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전수조사 요구

2021-11-09     김동길 기자
9일 진행된 환경운동연합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사진=김동길 기자

[클레임노동=김동길 기자] 국내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절반 이상에서 발암성 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식약처에 유통판매 중인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전수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화장품 20종의 성분 분석을 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고 9일 밝혔다.

과불화 화합물은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징이 있다. 주로 프라이팬과 일회용 종이컵의 방수코팅제, 가죽과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사용된다.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성질도 있어 워터프루프 기능의 메이크업 화장품뿐 아니라, 계면활성제 용도로 피부 흡수율과 투과성을 높이기 위해 로션과 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과불화 화합물은 지속해서 체내에 축적될 경우 발암 가능성과 간 손상, 호르몬 교란 등 면역계 질환뿐만 아니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화장품 20개 대상으로 과불화 화합물을 분석한 결과, 20개 제품 중 10개(50%)에서 1종 이상의 과불화 화합물이 4.02~105.5 ng/g 수준으로 검출됐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군을 살펴보면, 립 메이크업 3개 제품 모두 PFHxA만 5.58~7.58 ng/g로 검출됐다. 자외선 차단제는 5개 제품 중 4개에서 4.28~105.5 ng/g으로 다른 제품군에 비해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파우더/팩트는 5개 제품 가운데 2개 제품에서 검출(각 PFHxA 4.02ng/g, PFOA 4.72 ng/g)됐으며,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에서는 2개 중 1개 품에서 5종류의 과불화 화합물이 59.46ng/g로 검출됐다.

화장품별 검출된 '과불화 화합물' 종류 및 농도. 사진=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측은 미국, 유럽 등 국제적으로 화장품 내 과불합 화합물의 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국내도 하루 빨리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이번 화장품에서 검출된 과불화 화합물 농도는 비록 미량일지라도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된다는 점, 하루에도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과불화 화합물은 잔류성이 강하기 때문에 낮은 농도라도 체내 축적 시 발암성 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국장은 “절반의 제품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된 경우에 반해, 나머지 절반의 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과불화 화합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에 유통판매 중인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사용 전면 금지와 엄격한 규제 기준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에는 과불화 화합물이 없는 제품 생산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