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대통령 ‘화이자’의 탐욕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국내로 따지면 일정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감염병 사태에도 소득이나 생활수준이 변함없거나 오히려 더 불어나는 기회가 된 반면,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겐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을 뜻한다.
같은 감염병 사태에서 누군가는 대박, 다른 누군가는 쪽박이 된 모습은 국가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고소득국가는 인구의 65%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백신접종 완료율은 6% 수준에 불과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인도 약 46만여명, 인도네시아 14만여명, 이란 12만여명 등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 중심에는 ‘화이자’가 있다. 지난 10월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을 통해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권력’으로 이용해 각 국가들을 상대로 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 면제, 허락 없는 백신 기부 봉쇄, 백신 대금 체불 시 정부 소유 항공사·정유사 등 자산 추징 등 온갖 방식의 국가들을 상대로 재갈을 물려왔던 것이 드러났다. 이도 모자라 갑질 계약서를 비밀로 유지하지 않으면 백신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는 화이자의 갑질 일부분이었다. 더 큰 비극은 저소득 국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해지고 있었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이제까지 생산한 백신 중 80%를 지불능력이 있는 소수의 고소득 국가에만 공급한 것이다. 돈이 없는 저소득 국가에는 단 0.1%만 공급했다.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화이자의 탐욕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조차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는 생명 위기를 낳았다.
백신을 개발해 감염병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건 충분히 박수 칠 일이다. 하지만 전세계에 필요한 양만큼의 백신을 생산하지도 못하면서 특허권을 틀어쥐고 충분한 백신 생산·공급을 가로막으며 스스로 비난을 자처하는 것은 화이자 경영진의 최대 실수다.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는 끝나지 않았고, 백신개발 기업들의 독점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제안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일 서울 화이자타워 앞에서도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윤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생명이다. 갑작스러운 감염병 위기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수익을 누렸음에도 끝없는 욕심에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화이자는 스스로의 태도가 팬데믹 해결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정부 역시 말로만 일상회복을 외칠 것이 아닌, 갑집 만행을 벌이는 제약회사의 독점을 견제하며 백신 특허 면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