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은아 기자] 집 가진자들의 ‘갑질’

2021-11-12     심은아 기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사진=심은아 기자

[클레임수첩=심은아 기자] “최근에도 호가를 내려 매물을 올리는 경우는 없어요. 신고가가 계속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반포 P부동산 공인중개사) 

“실거주하겠다는 임대인을 설득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 하고 주변 시세 90% 조건으로 전세 계약을 했어요.” (서울 양천구 주민 A씨)

집값 폭등에 대출 정책 강화 등 규제가 쏟아져도 가진자들의 심경에는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까지 느껴집니다.

서민들만 점점 불투명해지는 내 집 마련의 기회에 발을 더욱 동동 구르게 됩니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 놓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4~5%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내년 하반기 시행할 계획이었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내년 1월 조기도입 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상환 능력 내에서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자동차할부금‧학자금대출‧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규제대상이 됩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대출은 제외됐지만, 정부의 연이은 누더기식 부동산 정책 발표에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 전세대출까지 규제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더해집니다.

대출이 어려워지니 ‘전세 갈아타기’는 불가능합니다. 계약 당시보다 주변 시세가 폭등했기 때문에 이사를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갑’은 임대인이고 세입자가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집주인이 세입자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들은 가진 것이라도 있습니다.

서민들의 ‘열심히 돈을 벌면 좀 더 나은 아파트에 살아볼 수 있을까’라는 희망만 꺾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값을 잡기 위해 2019년 12‧16대책을 통해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대책 발표 이후 2년간 초고가 아파트값은 약 26% 폭증했습니다. 

서울시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2019년 기준 14억7934만원에서 2021년 18억7824만원으로 약 4억원 올랐으며, 최근에도 강남 3구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지만 부자들이 이를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가진자들만 더욱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대로라면 무주택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정책만 꺼내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집 가진자들의 갑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심해 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