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간호사 죽음 “노예계약·태움·괴롭힘이 문제”

보건의료노조,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 기자회견… 재발방지 등 촉구

2021-11-24     천주영 기자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괴롭힘과 노예계약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 사진=보건의료노조

[클레임노동=천주영 기자] 최근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20대 간호사가 극단전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보건의료노조가 병원과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직무상 재해 인정 등을 촉구했다.

지난 3월 개원한 의정부을지대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 A씨는 입사 8개월여 만인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A씨가 다른 간호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간호사의 죽음이 인력부족으로 인한 살인적 노동 강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태움과 직장내 괴롭힘, 인력착취를 위한 노예계약 등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지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일 오전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입사 7개월의 신규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의료현장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까지 확인한 상황으로는 고인이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했다. 업무도 과중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화장실 갈 시간, 생리대를 갈 시간조차 없었다. 현장에서는 과로사라는 의견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고인은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거나 환자 앞에서 차트를 던지고 모욕하는 태움과 괴롭힘까지 겪어야 했다. 힘들다고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구하고 상담을 요청했지만 모든 것이 가로막혔고 거절당했다. 심지어 퇴사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에게 돌아온 답은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신규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은 개인사로 몰아가려는 술수를 쓰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니 그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심지어 유가족이 고인의 기숙사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괴롭힘과 노예계약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 사진=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병원 측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업무상 재해처리,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복지부에는 간호등급제 운영실태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제2, 제3의 추가 피해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며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간호사 자살사고 관련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 인력 확충, 간호등급 1등급 인력기준 준수, 근로계약서상 노예계약 폐지 등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 사건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의료기관내 태움과 괴롭힘 실태를 특별조사하고, 태움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