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하우스]美서 돌아온 이재용의 토로 "냉혹한 시장 현실, 마음 무거워"
美서 역대 최대 신규 파운드리 공장 20조원 투자 확정 '시스템 반도체 1등' 목표…MS·아마존·구글 등 CEO 릴레이 회동도
[뉴스클레임=장시복 기자]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미국에서 총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미래 반도체 투자를 확정짓고, 글로벌 유력 비즈니스 인사들을 잇따라 회동한 뒤 2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은 다소 무거웠습니다.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대개 엷은 웃음과 함께 함구해 온 그였지만, 이번엔 절박한 상황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나머지 얘기는 또 다음 기회에 말씀 드리겠다"며 앞으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 작업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14일 5년 만의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23일(현지시각) 최종 확정했습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입니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이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대한민국) - 평택(대한민국) - 오스틴·테일러(미국)'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됩니다.
미국 백악관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리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로 삼성전자의 투자 확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이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별도 성명을 내고 삼성 투자 결정을 반기며 "반도체 생산 시설 확충은 경제 안보를 위해 절대적이고,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생산 기업과 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련의 광폭 행보는 2019년 4월 30일 이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에 따른 후속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본격 실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도 1월 4일 삼성전자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하며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살펴보는 것으로 경영 행보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한 지난 8월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240조 투자, 4만명 고용' 계획 발표에서 '메모리 절대 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회동을 가졌습니다.
대표적으로 16일(현지시각)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Moderna)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17일에는 뉴저지주의 이동 통신 기업 버라이즌(Verizon)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를, 20일 워싱턴주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22일 실리콘밸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잇따라 만나며 업종과 분야를 넘나드는 릴레이 회동으로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초(超)격차만으론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상황 인식과 결의가 드러난 현장 경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이 부회장은 귀국길에 취재진에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보고 회포를 풀 수 있었다"며 "또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밝혔듯 '뉴 삼성'으로의 대전환 프로젝트가 본격화 하는 양상"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