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경비원의 삶②] "가식적인 웃음, 고객이 먼저 알아봐요"

2021-12-02     조현지 기자
사진=조현지기자

은행에 들어가면 가장 환하게 맞이해 주는 은행경비원. 이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숨긴 채 고객에게 있는 힘껏 웃음 짓는다. 폼 나는 유니폼을 입고 훤칠하며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그들의 응어리진 속내는 무엇일까. <뉴스클레임>은 근무하는 은행, 지점마다 업무, 연봉, 처우가 천차만별인 이들의 하루를 살펴보는 글을 기획했다. 은행경비원의 현실과 그리고 이들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보도한다. 편집자‧주

[클레임금융=조현지기자] “가식적인 친절과 진짜 친절은 고객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그렇기에 은행경비원인 제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 것입니다.” 도서 '300억의 사나이(다산북스)'에서 은행경비원이 한 말이다.

높은 업무 강도에도 낮은 연봉을 받는 은행경비원. 비록 세상은 그들에게 공평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사회에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여유로운 창구 분위기와 달리 은행경비원은 더 바빠졌다. 안내부터 방문 기록, 체온 측정까지 한명 한명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들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고객들의 곁에 다가가는 것도 은행경비원의 몫이었다.

그 고객들은 대다수 고령층이 많다. 디지털 전환으로 젊은 층들은 은행 방문보단 인터넷 뱅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즉, 은행경비원들이 가장 먼저 고령층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 데에도 은행경비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70대 노인이 우리은행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할 뻔했지만, 은행경비원의 판단력과 관심으로 피해갈 수 있었다. 

당시 노인은 현금 5000만원과 수표 5000만원을 합친 전 재산을 들고 은행에 들렀다.

또 KB국민은행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은행경비원이 5000만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떠나는 노인을 붙잡아 피해를 막았다. 

당시 이 노인은 국제전화를 받고 여러 은행의 적금을 해약해 약 1억원을 인출했다.

신한은행의 은행경비원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현금 6000만원을 송금하려는 고객을 막았다. 해당 은행경비원은 약 40분간 고객을 설득해 피해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경비원이 고객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대우는 녹록치 않다.

이들은 은행에서 많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정작 받는 돈은 최저시급에 주휴수당을 합친 금액에 불과하다.

은행경비원 처우개선에 대한 지적이 전부터 제기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은행경비원 대우가 개선돼, 이들이 ‘최악의 하루’가 아닌 ‘최고의 하루’로 하루를 끝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