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칼럼] ‘오미크론’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면서 ‘백신 이기주의’가 도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에 백신을 나눠주지 않으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되었다는 성토다.
실제로 잘사는 나라는 인색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빈국 92개 국가의 백신 접종률이 40%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주요 7개국(G7)이 공동으로 잉여 백신을 제공, ‘전 세계 집단 면역’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인색했다.
미국은 지난달 25일까지 기증하기로 약속한 백신의 25%, 유럽연합(EU)은 19%, 영국은 11%, 캐나다는 5%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창피한 수치”라고 꼬집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에 대한 백신 지원에 실패한 결과, 세계가 더 치명적인 코로나 변종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미크론’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있다. 사람을 굶어죽게 만드는 ‘기근 바이러스(Hunger Virus)’다.
몇 달 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굶주려 죽는 인구가 6배나 늘었다고 했다. ‘기근 바이러스 대확산’이라는 보고서에서 1분마다 11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는 1분에 7명꼴인 코로나19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고 했다. 또 식량위기를 겪는 세계 인구는 1억5500만 명으로 작년보다 2000만 명이 늘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모두의 백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코로나’는 호되게 앓다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굶주림은 그게 쉽지 않다. 배고파서 죽어갈 뿐이다.
지난해, 케냐의 어떤 어머니가 아이들이 잠들기를 바라며 식사 준비를 하는 척 냄비에 ‘돌’을 넣고 끓이고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홀로 여덟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킷사오라는 여성의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그녀는 빨래일로 생계를 꾸려왔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일거리를 잃게 되었다고 했다. 그 바람에 식량을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음식 만드는 시늉으로 배고픈 아이들을 속인 것이다. 무서운 ‘기근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이 ‘기근 바이러스’를 무찌를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제’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면서 경제가 기우뚱거릴 조짐인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못사는 나라에 대한 배려가 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빈국은 더 허덕거려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불평등’도 해소되기는 틀렸다. 잘사는 나라는 ‘오미크론’이 퍼지면서 이른바 ‘부스터 삿’을 강화하고 있다. ‘3차 접종’을 ‘4차 접종’으로 늘리고 있다.
화이자 등 제약회사는 ‘오미크론 백신’을 100일 또는 3개월 이내에 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봐야 그 백신은 또 ‘선진국 몫’이다. 못사는 나라에 나눠줄 백신은 더욱 빡빡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