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박근혜와 감옥의 고통
여러 해 전,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은 ‘세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 비교’라는 자료를 냈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3명의 대통령 후보를 비교한 자료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장점’을 자그마치 12가지나 나열하고 있었다.
① 여야 정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 포함) 역임 ② 퍼스트레이디 대행 등 국정 경험 ③ 전국 단위 민생 현장 방문 수백 회 ④ 노무현 정권 좌파 정책에 맞선 국가 정체성 수호 ⑤ 17·18대 총선 승리 등 위기에 강한 면모 ⑥ 5선의 국회 의정 경험 ⑦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 ⑧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 ⑨ 부정부패 연루 의혹이 없는 청렴성 ⑩ 철저하게 검증 받은 정치인 ⑪ 당 쇄신·변화 주도 ⑫ 각국 정상과의 회담 등 다양한 외교 경험 및 대북 경험(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등이었다.
이 장점을 요약해서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을 갖춘 하늘이 준비시킨 후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장점’ 많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이 4년 9개월이나 되었다. 대통령 재임기간 4년 1개월보다 더 길었다.
다산 정약용은 감옥에서 옥살이하는 고통을 5가지(獄中五苦)로 정리했다.
① 차꼬와 수갑에 묶이는 형틀의 고통 ② 옥졸이나 고참 죄수에게 돈이나 물건을 빼앗기는 토색질의 고통 ③ 병들어 아픈 고통 ④ 춥고 배고픈 고통 ⑤ 옥살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체류의 고통.
이 5가지 고통에서 천만 가지 고통(千枝萬葉)이 비롯된다고 했다. 정약용은 그래서 “감옥은 이승의 지옥(陽界之鬼府)”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진 사또는 마땅히 죄수들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5가지 고통 가운데 ‘병들어 아픈 고통’이 특히 심했던 듯싶었다.
보도에 따르면, 어깨 질환과 허리디스크 등 기존 지병 외에도 최근에는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치아의 경우,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서 미숫가루나 죽 등을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 공천 개입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87세가 되는 2039년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다. 그랬으니 ‘옥살이가 언제 끝날지 아득한 체류의 고통’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 발표된 후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신병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보다 내년 대선에 미칠 수 있을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사면에 대한 평가도 차이가 나고 있다. 국민화합 차원이라는 평가와 정략적인 사면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