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씩 죽음을 경험” 안전 없는 가축방역 실태 고발

방역본부노조, 가축위생방역노동자 현장 실태고발 증언대회

2022-01-24     박명규 기자
지난 20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개최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1차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공공운수노조

“20년의 무관심, 다치고 싶지 않아서 파업에 나섰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죽음을 경험하고 일하는 사람의 50%가 넘게 다치고 일하는 현장,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이하 방역본부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가축위생방역 노동자 현장 실태 고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가축위생방역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현장 실태를 고발하고 파업 이후 가축위생방역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폭로했다.

김기철 방역사는 업무 중 사고와 1인근무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나섰다. 그는 “시료채취는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다”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고유업무 외 타 업무가 많아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단 한명도 충원도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2인 근무를 한다고 해놓고 1인 근무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또 “업무는 많고 인력이 없다보니 다쳐도 동료를 생각해 쉬지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료채취 중 송아지에 밀려 축사바닥에 넘어지고, 옆구리 부분을 밟히는 사고를 당해도 파스르 뿌리며 고통을 참아야 한다”면서 “경영평가에 업무상 재해에 대한 항목이 포함돼 있어 다쳐도 다쳤다고 이야기하면 일부 관리자들의 눈치가 보여 산재처리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방역본부노조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조합원 43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답한 방역사 213명 중 114명은 소 뒷발에 치이거나 소뿔에 받히는 등의 사고를 경험한 한 것으로 드러났다. 67명은 소나 돼지를 보정하는 도중 다쳤다고 답했다.

심지어 위생직들의 경우에는 사무실에 와도 책상과 앉을 자리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기철 방역사는 “업무 특성상 질병 오염 위험성이 있어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지만, 사측에서는 돈이 없다고 해 마을회관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며 “어떤 곳은 예산 때문에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원룸을 사무소로 쓰는 경우고 있다고 한다. 이게 제대로 된 공공기관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방역의 최전선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명감이 절망이 되고, 절망이 분노가 됐다”며 “이번 파업은 노동조건 개선만이 아닌 국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