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시선] 지금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계신가요?
#뉴스클레임 김도희 기자 /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 들어보셨죠? 줏대 없이 친구 따라 덩달아 하게 될 때 쓰는 말입니다. 술 한 잔 할까? 해서 그렇게 모인 술친구들도 있지요. 친구들끼리 어울려 놀고먹고 마시기를 즐기니, 부모들 속만 타들어갑니다. 지금 옆에 있는 친구가 세상 좋은 것 같지만, 결코 세상은 녹록치 않습니다. 자신에게 고난이 닥쳤을 때 과연 그 친구들은 내가 내 민 손을 잡아 줄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좋을 땐 다 좋은 친구지만, 어떤 위기나 고난, 시련이 닥쳤을 때 손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친구.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말도 있죠?
다음 이야기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함경북도 나진시의 한 마을에 술과 친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젊은이는 늘 친구들 함께 술을 먹는 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술을 좋아해서인지 그의 주변에는 늘 많은 친구가 모여들었습니다.
이를 본 부모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안 한 가득 술잔이 널려 있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야단치듯 말했습니다.
이젠 집안에서조차 술판을 벌이는 게냐
꾸짖는 아버지에 아들은 "너무 그러지 마시라. 다 생각이 있다"고 자신만만해 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 있냐"고 되물었고, 아들은 "아버지께서는 세상일은 모두 다 사람이 한다 가르치셨습니다."며 "친구들은 분명 제게 고난을 닥쳤을 때 반드시 힘이 되어 줄 녀석들"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야기를 유심히 들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무릇 친구를 얻기란 천하의 어려운 법이거늘 너에게는 그러한 친구들이 이렇게도 많단 말이더냐. 그럼 내 직접 친구들을 한 번 시험해봐야겠구나." 그러고는 갑자기 외양간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너는 당장 가서 저 돼지를 잡아 오너라." 아들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돼지를 잡아 아버지 앞에 대령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말했습니다. "이제 잡은 돼지를 솥에 넣어 삶아 오너라." 이번에는 헛간에서 멍석을 가져오라 시켰습니다. 아들이 멍석을 가져오자 아버지는 그 위에 돼지를 올려놓고 돌돌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한밤중이 되자 아버지가 아들을 불렀습니다.
"자 저 돼지가 담긴 멍석을 지개에 짊어지거라."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장 친한 이가 누구내고 물었고, 아들은 친구 칠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식경 남짓이 지나자 아버지와 아들은 칠성이 집으로 갔습니다. "나는 먼발치에 보고 있을 테니 너는 내가 아까 이런 대로 하거라." 아들이 칠성이 집 대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이보게 칠성이, 칠성이 집에 있는가." 그러자 얼마 뒤에 친구가 대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아니 자네 이리 깊은 밤에 무슨 일로 왔는가."
"이보게 칠성이, 아 내가 그만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네. 제발 나를 좀 도와주겠나." 그러자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계를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이었습니다.
"어 아 알았네. 잠시 기다리게 집 안에 들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겠네."
"아 그래 고맙네. 조금만 서둘러주게." 아들은 지계를 내려놓고 대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친구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친구는 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급해진 아들이 다시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보게 칠성이 아 왜 여태 소식이 없단 말인가." 아들이 애타게 불러도 친구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탄식하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가장 친하다는 친구가 고작 이 모양이더냐." 아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똑같이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오히려 다른 친구들은 자신들까지 살인사건에 연루되기 무섭다며 마주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때 아버지가 아들을 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사귄 친구란 게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질 않느냐."
아들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게 친한 벗이 한 명이 있다. 건넌 마을에 살고 있는데 못 본 지 한 몇 년은 된 것 같구나. 일단 그곳으로 가보자꾸나."
아버지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한 것과 똑같이 말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집에 있는가."
"이른 새벽에 여기까지 웬일인가." 친구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겼습니다.
"아이 어서 오게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아 그런데 자네 안색이 안 좋군. 혹시 뭔 일이라도 있나." 그러자 아버지는 뜸을 들이다.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말았네. 형편이 매우 급박하게 되어 시체를 이렇게 짊어지고 왔네. 혹여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러자 아버지의 친구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 곧 동이 틀 테니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세 여기 있다간 사람들 눈에 발각되고 말걸세." 그는 아버지의 손을 재빠르게 잡아끌어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헛간에서 도끼와 삽을 꺼내와 말했습니다.
"아 일단 자초지종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안방의 온돌을 파서 시체를 감추도록 하세 어서 자네도 온도를 부수거나 꾸물거리다가는 사람들이 눈치 챌지도 모르니 어서 서두르게."
아버지가 웃으며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온돌을 팔 필요가 없네." 그러면서 멍석으로 둘러싼 것을 가리켰습니다.
"자 보게나. 이건 돼지이지 사람이 아니라네. 아버지의 친구는 멍석에서 돼지가 나오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이어 아버지는 그간의 일에 대해 한바탕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삽을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아이 자네도 참. 내 자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익히 알면서도 사태가 급박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그려." 그러고는 술과 함께 돼지고기를 썰어먹으며 여러 해 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습니다.
다음 날 아버지는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며 말했습니다.
"이제 떠나면 또 언제 볼 수나 있을는지 이 서로 통하는 것은 자네밖에 없네 그려." 그러고는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일을 겪은 아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으며, 학업에 정진했다고 합니다.
멀리 있어도 항상 옆에 두고 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절대 가까이 하지 말아야할 친구도 있습니다.
어떠신지요? 술과 친구이야기. 긴 글이었지만,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은 과연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