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추황 칼럼] 긱 이코노미 시대, 긱워커들의 이야기①
최근 ‘긱(gig)’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긱은 일시적인 일을 뜻하며,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하였다. 긱이라는 용어는 현재 경제적인 용어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한국 사회의 변화된 고용, 취업 시장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기존의 노동시장은 기업이 직원들과 정식 계약을 맺고, 채용된 직원들을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이 그때 그때 발생하는 수요에 따라 단기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처음에는 긱이라는 단어가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를 뜻하는 단어로 이용되었으나, 2015년에 맥킨지 컨설팅사에서는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이러한 흐름은 다양한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미국기업 우버는 직접 기사를 고용하는 대신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을 드라이브 파트너로 계약하고, 독립 계약자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개인 차량을 소유한 일반인을 배송 요원으로 활용하였다. 배송 요원으로 계약된 운전자들은 시간당 약 18~25달러를 받으면서 하루 12시간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비젼을 가지고 플랫폼 사업을 수년째 운영하며 긱 이코노미 시장에 대한 관심이 깊다. 사업을 구상했던 2015년, 세계적으로 우버나 에어비앤비 그리고 한국에서는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직방, 다방, 등 020플랫폼의 등장과 급성장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대부분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 특정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부 분야로 나눠 한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형태로 성장하고 있었다.
버티컬 플랫폼은 집중된 서비스 영역에서 고도화를 지향하기 위해 긱워터들은 일정 부분 종속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전문적인 청소 앱에서는 청소를 담당해 주는 도우미들을 사전 교육하고 시간을 배차해야 한다. 배달이나 대리운전 혹은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을 공급적 위치에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이라는 본질에 가깝기보다는 스마트한 서비스형태로 변환해 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그 당시 필자는 트위터 나 페이스북 같은 수평적 플랫폼((horizontal platform)적인 관점에서 서비스 론칭을 고민하고 있었다. 종속적 영역에서의 서비스 공급의 아닌 누구든 수평적 관계에서의 교류를 통해 도움을 주고 도움에 대한 댓가를 받는 식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두레나 품앗이처럼 필요에 의한 교류를 통해 공동노동체가 플랫폼적인 구조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까지 해왔던 대부분의 오프라인에서의 과정을 생략하고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문화를 형성해야 했다.
누구든 자유롭게 일 할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라는 콘셉트 아래 버티컬적인 영역을 배제하고 노동력의 가치를 제공하는 긱 워커들이 주체적이면서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본질적인 플랫폼이라 판단했다.
긱워커들이라는 말은 알다시피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에 등장한 근로 형태이다. 이들은 기존의 고용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근무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시간 장소 근무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주체로서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규칙에 합의된 플랫폼이 진정한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