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옥수수가 사람 잡는다

2022-04-25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세계 107개국, 17억 명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유엔의 경고가 있었다. 식품과 에너지, 금융 등 ‘3차원 위기’라는 것이다. 유엔은 이 17억 인구 가운데 5억5300만 명은 이미 빈곤층이며 2억1500만 명은 영양결핍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식품가격은 턱없이 치솟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이 부셸 당 8.04달러로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8달러 선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10년 만에 가장 비싸졌다는 것이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작년보다 40%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옥수수값은 더 오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고(高) 에탄올 연료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때문에 기름값이 올랐고 그 영향으로 미국의 물가가 치솟았다고 비난하면서 고에탄올 연료의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에탄올 함유량이 높은 연료는 여름철에 사용할 경우 스모그를 악화시킬 수 있어서 금지해왔는데 올해 여름에는 이를 허용,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곡물 생산량이 넘치는 미국으로서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곡물 수입국들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입량 자체가 줄어들거나, 가격이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자동차 뱃속으로 들어가는 만큼의 옥수수를 덜 먹을 수밖에 없게 생겼다. 더욱 굶주리게 된 셈이다.

잘사는 나라도 피해가 없을 수 없다. 옥수수는 가축사료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값 상승은 사료값도 올리고 있다. 비싼 사료를 먹여서 키운 가축은 그만큼 비싸지고 있다. 고기값이 오르고 우유값도 따라서 뛰는 것이다.

그것뿐일 수 없다. 옥수수를 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 부담이 이래저래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옥수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필수품’으로 등장한 ‘손 소독제’에 에탄올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손 소독제가 출시된 바 있다. ‘쌀·보리·옥수수 등을 발효시켜 고순도로 정제한 곡물 에탄올을 활용, 부드러운 질감을 높이고 피부 자극은 줄인’ 손 소독제라고 했다.

옥수수는 알다시피 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옥(玉)’ 같이 빛나는 수수라고 해서 ‘옥수수’다.

이 ‘옥 같은 수수’를 자동차와 코로나19가 냠냠하고 있다. 그 바람에 사람이 먹을 옥수수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옥수수가 사람을 잡게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