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you tong] 치킨값이 이래서야

2022-05-03     박규리 기자
사진=BBQ 홈페이지

[뉴스클레임] 안 오르는 게 없다. 세상 모든 것의 가격이 뛰고 있다.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을 찾는 게 오히려 힘들 정도다. 

BBQ도 이달 2일부터 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국제 곡물, 제지 등 원부재료와 국내외 물류비, 인건비 급등에 따라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배달앱 중개 수수료 및 배달비(라이더 비용)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밀리(가맹점) 들의 제품 가격 인상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고 강조했다.

가맹점, 패밀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한 BBQ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평균 19.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BBQ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130여개 품목 중 50여개의 공급가를 조정한다. 이에 따라 신선육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리브오일(15kg)은 12만원에서 16만원으로, 치킨무(50개)는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오른다. 

BBQ는 이번 결정이 가맹점주들과의 소통창구인 ‘동행위원회’를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맹점 원부자재 가격을 올리는 건 2018년 이후 약 4년 만”이라며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지난해부터 협력사로부터 최대 53%까지 인상된 가격으로 원재료를 매입해왔다. 지금까지 본사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했으나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말하는 가격 인상 이유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나,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까지 인상시키는 행보에 ‘앞서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이 진정 가맹점들을 위한 결정이 맞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소비자들이 1닭 2만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에 “치킨은 2만원이 아니라 한 마리당 3만원이 돼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부분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치킨 한 마리를 2만원에 팔아도 이런저런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3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의 발언에 일각에선 BBQ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3만원 치킨’을 운운하며 각종 비용을 소비자와 가맹점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매출액은 36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608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6.8%다.

물론 “실질적으로 인건비, 임차료, 유틸리비티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부분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는 윤 회장의 말처럼 영업 이익 외의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치킨 값을 더 올려야 한다는 회장의 실언, 시간차로 발표된 제품과 원부자재 인상 소식이 과연 가맹점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켜도 원부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 결과적으로는 수익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여기에 이번 일로 BBQ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패밀리라고 칭했던 가맹점들이 도리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고통 분담을 앞세우며 기업 이미지를 제고했지만 이를 스스로 깨면서 소비자의 역풍을 맞진 않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