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올라갈 때, 내려갈 때

2022-05-09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뉴스클레임]  “수락산과 삼각산은 높이가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언젠가 삼각산 동장대(東將臺)에 올라가 바라보니 수락산이 내려다보일 뿐이었다. 수락산에 올라가서 삼각산을 바라보아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조선 때 선비 성대중(成大中·1732∼1812)은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이같이 적었다. 등산은 이런 기분 때문에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산은 힘이 든다.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고 숨을 허덕거리게 된다. 등산이 싫은 사람도 계단을 오를 때 느낄 수 있다. 숨이 턱에 닿는다.

반면 하산을 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는 수월하다. 다리가 뻐근할 일도 없다.

하지만 하산이 아찔한 경우도 있다.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청나라에서 만리장성을 구경하고 내려오던 때의 느낌을 ‘열하일기’에 썼다.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내려오려고 하니 아무도 감히 앞장서서 내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벽돌로 만들어진 층계가 몹시 가팔라서 내려다보기 만해도 온몸이 후들거렸다. 하인들이 곁에서 부축하려고 했지만, 몸을 돌릴만한 자리조차 마땅치 않아서 형세가 매우 곤란하게 되었다. 나는 서쪽 층계를 따라 간신히 내려와서 땅을 딛고 설 수 있었다.…”

오를 때는 층계를 디디며 올라갔기 때문에 위험함을 몰랐는데 내려오려는 마음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디딜 곳을 찾지 못해 현기증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이를 벼슬에 빗대고 있다.

“벼슬아치 또한 마찬가지다. 위로 올라갈 때에는 품계 하나, 급수 하나라도 다른 사람에게 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혹은 남을 밀어젖히며 앞을 다툰다. 그러나 지위가 숭고한 자리에 이르면 두려운 마음과 외롭고 위태로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데 뒤로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것이다.… 천고의 모든 것들이 그럴 것이다.”

올라 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올라가고, 문재인 대통령은 내려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갤럽은 문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평균 긍정평가가 52%였다고 밝혔다. 가장 높았던 때는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의 84%, 가장 낮았던 때는 부동산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2021년 4월의 29%로 나타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행복하냐고 생각한다면, 너무 힘들어서 선뜻 그렇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비판, 다른 쪽에서는 아쉬움이다.

치적을 홍보 또는 자화자찬하는 자료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평가는 후세의 몫이다. 세월이 흘러야 이루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에 오르고 있다. 취임식을 갖고 축하를 받고 있다.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도 강조하고 있다. ‘110대 국정과제’다.

그래도 임기는 5년이다. 그래서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도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