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법카 있으면 나도 ‘오마카세’

2022-05-10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뉴스클레임]  유복한 프랑스 의사가 있었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누구보다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던 의사였다. 의사라는 직업의 수입도 제법 짭짤했다.

그러나 씀씀이가 너무 컸다. 그 많던 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의사는 파산이 임박하자 최후 수단을 선택했다. ‘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돈 한 푼 없이 늙는다는 것은 너무 불행한 일이다. 가난은 살아 있다는 삶의 쾌락과 즐거움을 모두 앗아간다. 기운은 점점 떨어지고, 의지도 약해진다. 그러기 전에 미리 죽는 게 현명한 일일 것이다.”

반면, 돈이 떨어지고도 잘 먹고 인생을 즐긴 사람도 있다.

어떤 프랑스 미식가는 부자 출신 아버지와 귀족 가문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부터 입맛이 까다로웠다.

이 미식가는 점심때 사람들을 초청, 호화판 음식을 먹는 ‘오찬회’를 열었다. ‘만찬회’는 있었지만 오찬회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주일에 2번씩 개최된 오찬회는 매번 4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식후에는 커피를 17잔 마시는 규칙도 정했다.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다음 번 오찬회에 초대가 금지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던 재산이 대부분 날아가고 말았다. 그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결론은 ‘미식연감’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었다.

그는 심사위원을 구성, 매주 ‘음식 품평회’를 열고 이를 미식연감에 발표했다. 그러자 우리 것도 실어달라며 곳곳에서 맛있는 요리가 쇄도했다.

푸아그라와 캐비아 등 비싼 음식이 ‘내다버릴 정도’로 쌓였다. 이후 10년 동안이나 ‘프랑스 미식의 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 같은 ‘꼼수’를 쓰지 않고도 비싼 음식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법인카드’가 있으면 가능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고급일식집에서 ‘코스요리’를 먹고 법인카드로 값을 치렀다고 한다.

그 음식의 이름은 ‘오마카세’라고 했다. 올해 현재, 이 음식점의 가격은 점심 오마카세가 1인당 7만5000원, 저녁 오마카세는 16만 원이나 된다는 보도다.

‘검색’을 해보니, 오마카세는 “일본식 음식점의 요리사가 그날의 재료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라고 했다. 서민들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은 요리인 듯했다.

원 후보자는 “업무추진비를 매달 공개했는데, 공적인 업무 외에는 법인카드로 지출하지 않았다”고 했다는 보도다.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조사한 결과, 국고손실액 규모가 5억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렇지만 법인카드와 ‘거리두기’를 하고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남의 일’일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한 그릇에 1만 원 넘었다는 냉면이 왕짜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