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땡큐 또 땡큐” vs 일자리 킬러
[뉴스클레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일자리 킬러’였다”고 주장한 적 있었다. “미국이 그동안 외국과 체결한 ‘잘못된’ FTA 때문에 지역 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도 없어졌다”면서 한·미 FTA 경우도 비판한 것이다.
‘킬러’에게 빼앗긴 일자리 숫자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2년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2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땡큐 삼성!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올린 글이었다.
그 “땡큐”가 이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안내하던 직원에게 “땡큐”라고 했다는 보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건설과 관련, “세계 최고의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믿으며, 이 투자를 통해 텍사스에 3000개의 새로운 ‘첨단’ 일자리가 생기고 삼성이 이미 미국에서 창출한 일자리 2만 개에 더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105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자동차기술에 대한 50억 달러 넘는 투자와, 조지아주 사바나에 55억 달러를 들여 짓는 공장이 내년 1월까지 8000개 넘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인에게 경제적 기회”라고 했다.
그랬으니 “땡큐” 연발이 아닐 수 없을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2박3일 동안 우리 기업과 경제인을 계속 만나고 있었다.
미국의 “땡큐”는 벌써부터 있었다.
지난 2009년 11월 기아가 조지아에 공장을 지을 때, 현지에서는 조지아 공장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반기고 있었다. 주민들은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푯말을 세우기도 했다.
또, 현지 언론은 기아차 조지아 공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조지아 공과대학은 인근 9개 마을에 2만 개 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6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조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땡큐”였다.
반면, 우리로서는 그만큼의 일자리를 놓치고 있다. 국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미국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처럼 ‘첨단’ 일자리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세금도 미국에서 납부하게 된다. 그러면 국내에서는 세금이 그만큼 덜 걷힐 수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면 부족분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것은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이다. 근로자들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월급쟁이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이는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수출 전망이 불투명한데 소비까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 킬러’는 우리가 아니다.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