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아랫마을 사람들
[뉴스클레임] '아랫마을’은 용산경찰서 근처에 있다. 골목 안으로 접어들면 파란색 대문의 이층집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작은 텃밭이 있으며 바람이 선선이 부는 날, 파라솔 아래 고양이가 한가로이 하품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아랫마을’을 찾아갔다. 골목 입구는 새로 들어선 건물로 가려있었고 군데군데 재개발 반대를 알리는 벽보와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탓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빈곤사회연대’는 ‘기초 생활 보장제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빈곤 정책이 제대로 서기 위한 활동을 줄기차게 벌이고 있다. 단체의 출발은 IMF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자 사회적으로 빈곤 인구 천만이 언론에서 보도되던 시절이다. 2001년 장애인 노점상 최옥란 열사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 투쟁을 진행한 다음 해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그녀의 투쟁이 기점이 되었다. 뜻을 같이하는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2008년 ‘빈곤 철폐를 위한 사회연대’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13년부터 현재의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밖에도 ‘아랫마을’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홈리스행동’ 그리고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등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연면적 약 60평인 이곳에 텃밭도 있고 감나무도 있다. 옥상엔 창고가 있으며 지하실엔 노래연습실도 있다. 집 한켠에 컴퓨터실까지 갖추고 있어 매우 알찬 공간이다. 일 층의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회의를 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 지난세월 여러 선생님과 홈리스 야학 학생들이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을 개최하였다. 아랫마을은 함께 식사하고 함께 공부하는 그야말로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동안 임대료 인상 걱정은 없었지만, 최근 집주인은 계약 만료를 요구했다. 오래된 현재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주거와 빈곤 해결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이 문제가 자신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한번은 어렵게 조건이 맞는 곳을 찾아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건물주가 계약금을 입금한 단체명을 인터넷에 검색해본 결과 ‘홈리스, 빈민’ 같은 말에 놀라 세 시간 만에 계약을 취소해버렸다 한다. 월세 체납 한번 없었던 아랫마을 사람들이지만 세상이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0년 새 임대료는 급격히 올라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월 80만 원이라는 적자재정이 이사 후 100만 원이 추가되어 월 180만 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합니다. 얼마 전 소셜펀치를 하여 30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다행히 서울역 근처 첫 번째 굴레방다리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아랫마을’에 희망의 손길을 부탁드립니다” 정성철 활동가의 목소리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했다. 후원 공지를 올리고 하루 만에 100%가 달성되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온다. 홈리스 야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알게 모르게 지켜보던 많은 사람이 지지와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랫마을 사람들은 다른 세입자처럼 짐을 싸야 한다. 새로운 사무실도 공사를 해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챙길 건 챙겨야 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지만, 가난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공동체 아랫마을이 굳건히 다시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