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인민 영수’와 ‘최고 존엄’

2022-10-20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중국의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인민 영수’라는 칭호가 붙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인민 영수(人民領袖)’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27년 동안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에게만 붙은 칭호였는데, 시 주석도 ‘영수’로 등극할 전망이라는 보도다. 그러면 마오쩌둥과 ‘동급’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민 영수’에 거창한 ‘수식어’가 붙고 있다.

“우리의 이 위대한 시대가 만든 걸출한 인물이며 중망소귀(衆望所歸)의 인민 영수”라는 수식어다. ‘중망소귀’는 인망이 높다는 뜻이라고 했다.

“당 중앙의 올바른 영도와 당의 핵심이자 인민 영수이자 군 사령관으로서 우리를 계속 이끌어 갈 총서기”라는 수식어도 보도되고 있다.

“역사적 과업과 미래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인물”, “중국 인민 모두가 열망하는 인민 영수” 등도 있었다. 대단한 찬사였다.

북한은 어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수식어는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월 홈페이지에 ‘위대한 담력과 배짱이 불러온 승리의 통장훈’이라는 글을 게시하고 있었다. ‘통장훈’은 ‘장기에서 상대편의 궁이 피할 수 없는 수를 보고 부르는 장군’이라고 한다.

글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 등을 언급하면서 이를 김 위원장의 의지를 세계에 과시한 ‘역사적 쾌거'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승리는 주체의 핵 보검으로 진정한 정의와 평화 수호의 위대한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지니고 계시는 무비의 담력과 강인 담대한 배짱만이 안아올 수 있는 불멸의 업적”이라고 했다. 수식어가 상당히 길었다.

지난해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10주기를 앞두고 노동신문이 논설을 통해 이렇게 보도하고 있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장군님의 사상과 업적을 굳건히 계승해 나가시는 충성의 최고 화신, 혁명적 도덕 의리의 최고 귀감이시다.”

2020년 여름, 김 위원장이 홍수 현장을 방문, 피해 상황을 점검했을 때 북한 중앙통신의 보도는 이랬다.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의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큰물(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요해하셨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김 위원장을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놓고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문제 삼고 있었다.

조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발언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기 의원은 자신이 발언한 ‘속기록’을 확인한 뒤 “일종의 조롱이자 야유였다”며 “웃자고 얘기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격”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북한처럼 “경애하는…”이라는 수식어라도 붙였더라면 야단났을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남쪽’이 갈라지면 ‘븍쪽’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도 헤아렸으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