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4년] ①지금 우리의 일터는?

2023-02-02     김동길 기자
사진=픽사베이

[뉴스클레임]

학교폭력을 다룬 송혜교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인기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더 글로리'의 인기로 국내 학교폭력 문제도 재조명됐다. 그러나 폭력은 비단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성인들이 모인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9년 1월 15일 각 노동관계 법령의 개정을 통해 규정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항의 신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상 질병 중 다목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제1항 제3호를 신설한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급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수직적 조직문화와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부당함에도 꾹 참거나, 퇴사하는 방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면 회사나 상사에게 보복을 당하기 십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직장내 괴롭힘의 실태분석 보고’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실제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날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노동청으로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집계한 결과 총 1만8906건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점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구성원 간의 직접적 대면의 기회가 더 잦을 수 밖에 없는데, 사용자가 괴롭힘 사실을 인지해도 소위 '가족과 같은 회사 분위기'를 위해 공론화를 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직장갑질 119 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을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33.3%)이 남성(26.8%)보다 높았으며, 비정규직(37.0%)이 정규직(24.7%)보다 높았다. 

직장 규모별에서는 민간 중소기업 30~300인 미만(32.7%), 5~30인 미만(31.3%), 5민 미만(29.85) 순으로 나타났다. 

직급별의 경우 일반사원급(34.6%), 실무자급(28.7%) 순으로 상급자(7.7%)보다 많았다. 

직장내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 24.7%, '비슷한 직급 동료' 22.6% 순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가 33.3%, '사용자의 친인척'이 10.3%로 직장인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직장내 괴롭힘 유형도 다양했다. 폭언이 8841건(34.2%)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당인사 3674건(14.2%), 따돌림·험담 2867건, 업무미부여 13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내 괴롭이 주로 권력관계에 있는 사용자 또는 직장 상사의 폭언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를 통해 적지 않은 괴롭힘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게 직장내 괴롭힘 대응 방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에서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가 67.6%로 가장 많았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25.3%, '회사를 그만뒀다'는 23.6%였다. '회사 또는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는 6.5%에 불과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결과 '대응해도 나아질 거것 같지 않아서'가 66.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22.4%, '내가 괴롭힘 당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5.4%, '시간이 없어서' 2.9% 등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조직 내의 문제라는 점에서 1차적으로 조직 안에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경우 오히려 피해근로자는 적절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공공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으면 제76조2의 직장내 괴롭힘 금지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모든 사업장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