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세대 권리까지 빼앗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2023-02-28     뉴스클레임 논설위원실
사진=환경운동연합

[뉴스클레임]

환경부가 40년 동안 논란이 빚어졌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남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아 착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부터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52km 떨어진 끝청 하단까지 케이블카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1982년 논의가 처음 시작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 지역이 법정보호종 서식지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백두대간 보호 핵심 구역이자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논의가 다시 본격화됐고 결국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0년 만에 추진된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양군은 이 사업으로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오색케이블카로 연간 174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케이블카 설치로 산에 쉽게 오를 수 있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말도 맞다. 케이블카를 서맃해 관광객을 불러 모은 사례를 무시하긴 어렵다. 걸어서 산에 올라가는 등산객을 줄여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케이블카 설치를 무조건 막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자연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곳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등에 겹겹이 지정돼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환경 훼손 문제를 들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다룬 보도 참고자료에서 "중앙행정심판위의 결정에 따라 입지 타당성보다는 재보완서에 제시된 환경영향평가 조사, 예측 및 저감방안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오색케이블카 입지가 환경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환경연구원의 검토의견을 배제한 것이다.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말은 그냥 내뱉은 말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의 결정으로 지리산, 북한산 등 여러 곳의 케이블카 설치를 막을 명분도 사라졌다. 환경보호와 미래 세대의 환경적 권리의 보장을 강조하면서 환경 훼손에 앞장서고 있는 점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에 의문까지 생긴다. 케이블카 설치로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겠지만,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 데 그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환경부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1개의 인허가 절차와 각종 심의가 남아있다고 한다. 케이블카 설치를 꼭 해야겠다면 환경 파괴를 최대한 줄이고, 다른 국립공원의 난개발을 막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노력도 없다면 케이블카 허가는 취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