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115년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빵과 장미 필요"
[뉴스클레임]
"교제라는 이름으로, 사랑 또는 관심이라는 얼굴로 직장에서 자신이 사는 집안에서 죽임을 당하며, 도움을 요청해도 국가는 응답하지 않았던 현실이 지금은 나아졌나요? 2023년의 대한민국에 여성은 국민인지 묻고 싶습니다."
여성들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일하다가,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귀가 중에, 데이트를 하는 중에 죽임을 당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온갖 불안과 위험이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생존 게임'을 벌여야 한다.
직장에서도 '평등'은 없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면접 차별, 임금 차별, 승진 차별 앞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선택하기도 한다.
비연애,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며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를 하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놓고 '돈'으로 출산을 회유하는 정책들을 쏟아낸다. 돈에 혹할 일부도 있겠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혼자 벌어서 혼자 사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나한테도 좋은데 굳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야 하나. 이런 끔찍한 생활을 미래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도,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삶은 어떨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제 꿈을 이루며 직장에 다니던 여자들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제 삶의 주인이 아닌 무언가에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이를 태우고 유모차를 끌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엄마를 바라보며 "남편 돈으로 커피 마시는 맘충"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역할을, 나아가 돌봄과 가사노동을 귀중한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와중에 국가는 90년생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90년생 '여자'이겠다. 이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한다. 헛웃음이 나오는 말이다. 동일노동에도 차이가 나는 성별임금격차를 해결해달라,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사회를 바꿔달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못 들은 척 하고 여자들에게 이상한 책임과 역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 말고,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건 대단한 요구가 아니다.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배우자가 임신을 해도 축하받으며 일터에 계속 나가는 남성과 똑같이 대해주면 된다. 남성을 대하듯 여성의 인권을 지켜주면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될터인데,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서 '여성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를 외친 115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성들의 생존권, 성평등 등을 요구하는 외침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를 맞이해 전국여성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부유니온 등과 진보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을 향해, 연대와 전진"을 외쳤다.
이들도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온갖 위험이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국가대개조 차원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또 국가가 먼저 돌봄, 가사를 전담한 주부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여성들은 여성에게 집중된 경력단절 분위기 속에서 비출산을 선택하고, 무수한 젠더폭력과 그를 제대로 바로잡지 봇하는 정치문화속에서 비연애를 선택한다"며 "그리 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그 어떤 차별과 불합리의 이유도 되지 않는 세계를 열망한다. 이제는 정치가 응답해야 한다. 낡아빠진 성차별적 인식과 무지를 벗어던지고 성평등한 사회로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115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내년에는, 미래에는 115년 전 빵과 장미의 외침이 부끄럽지 않은 차별없는 날을 맞이해 여성들도 사람답게 사는 그런 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