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준강간 미수' 남성 무죄… 피해자 "인권감수성 후퇴시킨 판결"

대법원, ‘만취 여성 준강간 미수’ 20대 남성 무죄 확정 공대위 "성폭력 피해자 외면한 대법원 무죄 확정 규탄"

2023-04-27     김동길 기자
27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사법부가 외면해 온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 대법원 판결 대한 기자회견'. 사진=한국성폭력위기센터

[뉴스클레임]

클럽에서 만난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피해자와 지원단체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취한 여서엥 대한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준강간사건의정의로운판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도 항거도 할 수 없었던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한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 대법원 무죄 확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새벽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유흥시설에서 피해자를 처음 만나 술을 마셨고, 만취한 피해자를 차에 태워 경기도의 한 모텔로 데려가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A씨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다음 간음하려 했지만, 술에 만취해 아무런 움직임이나 반응이 없는 상태에 있는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간음행위를 하지 못했다.

당초 검찰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를 불기소했으나, 이후 피해자의 항고와 재정신청으로 A씨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대위는 "심신상실 상태의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기 위해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물적 증거가 있음에도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준강간 사건의 어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기대할 수 있느냐"라며 "가해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수많은 성폭력피해자를 외면해온 사법부의 태도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는 공대위를 통해 "오랜 기다림 끝에 너덜너덜해진 명예마저 지키지 못하고 또 다시 세상에 외면당하게 됐다"며 "대한민국은 이 오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성폭력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의 사례로 영원히 박제될 것이며,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법관들의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판결은 절대적이어서도, 반복돼서도 안 된다 .세상은 폭력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추구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는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해낼 것:이라며 "그 날까지 저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한 인간으로서의 행복 또한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