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재심 개시로 사법 정의 실현"

2일 '56년 만의 미투' 사건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288개 시민사회단체들 "56년 만의 미투, 재심으로 정의를"

2023-05-02     박명규 기자
2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사진=한국여성의전화

[뉴스클레임]

'56년 만의 미투' 재심 청구 3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재심 개시를 촉구하는 총 28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재심을 결정하고, 사법부는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해 어성폭력 피해자에게 자신을 지켜낼 권리가 있음을 사회 전체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씨는 "본 사건의 재심을 다시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1964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상해'로구속 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20년 5월 6일 성폭력 피해자로서 자신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던 재판부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18일 부산지방법원은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2021년 9월 6일 부산고등법원 역시 항고를 기각했다.

최씨는 "이러한 판결은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법원은 저의 사건과 같은 재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법의 체계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았다. 매일이 억울함과 분노의 시간이었다. 사법부는 이 사건이 단지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는 부끄러운 변명이 아니라 억울한 판결로 한 사람의 인생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정의로운 판단을 책임져야 한다. 그것은 땅에 떨어진 재판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23년의 재판부는 아직도 1964년의 사회 속에 있는 것인가"라며 "재판부에 간곡히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재판에서 억울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길 바란다. 재판부는 한 인간이 억울함을 풀고 숨을 쉬며 죽을 때까지 행복이라는 기쁨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