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칼럼] 아스파탐은 무죄: 무엇이 아스파탐을 공포의 존재로 만드는가?
[뉴스클레임]
최근에 아스파탐(Aspartame, APM)이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고 난리다. 제로칼로리 제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이에 대한 반향이 크다.
일단 정확히 말하면 아스파탐이 분류된 카테고리는 국제암연구소(IARC, 이하 IARC)에서 만든 분류로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분류(2B)다. 인체 위해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 이 분류에 해당된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공포마케팅’에 쉽게 휩쓸리던 것처럼 세간에선 온갖 호들갑을 떨며 ‘그럴줄 알았다~’, ‘그럴줄 몰랐다~’ 하며 난리다. 질릴정도로 뻔한 반응이다.
우리가 평소 자연스럽게 먹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가 2A군에 속한다. 햄과 같은 육가공품은 1군에 속한다. 세간의 인식대로라면 오히려 2B군에 위치한 아스파탐이 신선한 육고기보다 안전하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육가공품이 1군에 있으니 무언가 정말 위험해보이지만, 그 위험해보이는 이미지의 실체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50g씩 수 십 년 동안 먹으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기존보다 약 18% 정도 증가‘할 정도다.
매일같이 영양제 챙겨먹기도 힘든데, 매일같이 수 십 년간 햄을 일정 이상 챙겨먹어야 18% 증가한다니… 사실상 정상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한국 식단(즉, 발효식품이나 쌀과 같이 채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발암유발물질 1군’이라는 문구만 봤을 때는 형언할 수 없는 막연한 공포의 감정이 올라오지만, 이성(理性)을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두려움이 사라진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육가공품이 들어가있는 1군 분류엔 ‘햇빛‘도 들어가 있다.
만약 아스파탐 정도로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아스파탐을 독극물 취급하며 악마화 하고싶다면, 발암물질 1군인 햇빛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간의 논리대로라면 햇빛을 피해 항상 지하실에서 살고 밤에만 활동해야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없다. 위선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왜냐? 햇빛이 가진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걸 본인들 스스로도 알고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인 햇빛을 피해 그렇게 살다가는 몸에 더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육가공품도 마찬가지다. 육가공품이 1군에 분류되었으니 육가공품을 발암물질로만 취급한다면, 이를 판매하는 행위는 사실상 발암물질을 아무에게나 판매하는 셈이니 판매를 금지해야 할 것이고, 육고기를 굽는 행위도 발암성을 높이는 행위이므로 불법으로 해야하는게 맞겠다만 그렇게 하지도 않거니와 그럴 수도 없다.
왜냐? 이 또한 육가공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2군으로 분류된 붉은 고기를 이용해 만든 가공육이 갑자기 1군으로 분류되어버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아질산나트륨’ 때문이다. ‘방부제’라는 단어도 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훌륭한 ‘버튼’이지만, 이것이 없었다면 인류는 애진작에 영양실조에 걸렸거나 사지가 마비되서 사람마저 죽이는 생화학 병기로도 쓰이는 보툴리눔톡신에 의해 수많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것이 더 위험하고 나쁜지, 이해득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정도는 감이 올 것이다.
애초에 IARC의 분류는 세간의 사람들의 인식처럼 흑과 백, 선과 악, 좋다 나쁘다의 의미로 해석하기 위해 만든 자료가 아니다. 발암물질을 5개로 분류한게 아니라 정확히는 수많은 물질들을, ‘발암물질, 발암가능물질, 발암잠재물질, 비분류, 발암 비위험’의 5개 카테고리로 분류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IARC의 5분류는 같은 군으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같은 위험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각각의 분류된 물질들은, 해당 식품 자체가 문제라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특성에 맞게, 앞서 언급한 육가공품의 위험성 사례처럼 어떻게 먹어야 안전하고 좋은가를 생각하는 가이드라인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까지 읽어도 공포가 가시지 않는다면 아스파탐이 속한 2B군에는 한민족의 자랑스런 음식인 김치도 여기에 속해있음을 알아두면 막연한 공포의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IARC에도 아스파탐에도 죄는 없다.
죄가 있다면 두려움을 만들어 퍼트리는 언론과, 그 두려움을 헤쳐나가고 판단할 이성(과학)을 갖추려고 하지 않는 대중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