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추모] "물리고, 꼬집히는 게 일상입니다"

전남 특수학교 9년차 교사의 광화문자유발언

2023-07-31     김옥해 기자
사진=전국 교사 일동

[뉴스클레임]

맞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리고, 꼬집히고, 할퀴고, 찔리고.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상입니다. 

저는 전남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9년 차 특수교사입니다. 

특수교사는 특수교육대상자 학생에게 신체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을 이동할 때 학생들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양치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소변을 실수한 학생의 옷을 갈아입혀야 합니다. 임신한 상태에서 입덧을 참아가며 저보다 더 큰 학생의 대변 뒤처리를 했습니다. 

학생이 도전행동을 할 때에도 신체적 지원을 합니다. 도전행동이란 장애학생 본인 및 주변 사람의 심리, 신체, 건강에 현저한 위험을 주거나 학교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저는 학생이 도로나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울 때 잡고 일으킨다던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갈 때 몸으로 막아섭니다. 가위를 입에 넣고 손을 움직일 때 위험 행동을 제지합니다.

좀 더 위험한 상황은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할 때입니다. 

특수교사에게 도전행동을 하는 건 차라리 괜찮습니다. 그냥 맞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다른 학생을 상대로 도전행동이 시작되면 교사는 다른 학생이 다치지 않도록 온몸으로 맞으며 막아냅니다.

팔을 붙들어 제지해야 하는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봐 그냥 맞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의도적인 교육활동 침해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이 어렵고, 부모나 교사 외에 다른 사람은 학생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그걸 교보위를 여냐고 오히려 특수교사를 탓하는 관리자나 학부모님이 있습니다. 몸에 난 상처는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혹시나 나쁜 교사가 될까 싶어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렵습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비통한 일이 있기 하루 전날, 학교 후배 선생님이 식당에서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리고 여린 후배 선생님은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자 하는 자신이 유난스러운 사람인지, 나쁜 교사인지 물어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저 역시 6년 전 특수학교에 처음 와서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혀 대리석 바닥에 무릎이 꿇리면서 무릎을 다쳤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무릎을 구부리지 못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생겨 바지도 입을 수 없었습니다. 휠체어 타는 학생 1명, 혼자 못 걷는 학생 1명 총 6명의 학생이 우리 반이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든 학생들이라 다른 선생님이 오시면 또 힘들어질 것이 그려져, 아픈 통증을 참고 미련하게 출근을 했습니다.

다른 반 연세 지긋한 선생님 반에 큰 소리가 났습니다. 장애 학생이 수업을 듣기 싫다는 이유로 선생님을 마구잡이로 때렸지만 선생님은 학생을 진정시키고자 껴안고만 계셨습니다. 그때도 학생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저 혼자의 사례는 보통입니다.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을 이해하고 잘 돕고 싶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시대에 대한민국에 있었다고 하면, 아동학대로 검찰에 넘어가 헬렌켈러라는 위인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겁니다. 아동학대법 앞에 특수교사는 예비 범법자가 됩니다. 범법자가 되는 것도 두렵고, 맞는 것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특수교사가 여기 있습니다.

먼저 떠난 선생님, 그리고 나의 후배 선생님! 당신이 나입니다.

내가 겪었던 일, 선생님도 겪으셨습니다. 과거의 내가 가만히 맞고 침묵했다면, 이제는 말하겠습니다. 과거의 내가 당신이 되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특수교사로서 특수교육 대상학생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상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교육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