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국민의힘 ‘낭패’
[뉴스클레임] ‘낭(狼)’이라는 짐승이 있다. 이리와 비슷하게 생긴 짐승이다. 그러나 진짜 이리는 아니다. 전설에 나오는 가상의 짐승일 뿐이다.
‘낭’은 태어나면서부터 뒷다리 2개가 거의 없다. 다리의 흔적만 겨우 보일 정도로 아주 짧다. 불구로 태어난 것이다. 그 바람에 혼자서는 걸을 수 없다.
‘패(狽)’라는 짐승도 있다. 패도 이리처럼 생겼지만, 진짜 이리는 아니다. ‘낭’처럼 전설에 나오는 가상의 짐승이다.
공교롭게도 ‘패’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불구다. ‘패’는 앞다리 2개가 거의 없다. 다리의 흔적만 보일 정도로 아주 짧다. 그 때문에 ‘패’ 역시 혼자서는 걸어 다닐 수 없다.
이 ‘낭’과 ‘패’가 어느 날 만나서 서로 합치게 되었다. ‘패’가 자신의 짧은 앞다리를 ‘낭’의 등에 걸친 것이다.
그런 결과, ‘낭’은 앞다리로 ‘패’를 이끌 수 있었다. ‘패’는 뒷다리로 지탱할 수 있게 되었다. ‘낭’의 앞다리 2개와, ‘패’의 뒷다리 2개가 합쳐져서 ‘네다리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낭’과 ‘패’는 걷는 데 지장이 없게 되었다. 이후부터 ‘낭’과 ‘패’는 항상 붙어서 다녔다. 서로 협력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짝꿍이 되었지만, 둘의 성격은 대조적이었다. ‘낭’은 용감했지만, 지혜가 좀 부족했다. 반면, ‘패’는 용기가 모자라는 대신 지혜만큼은 상당했다.
그래서 먹이를 찾으러 다닐 때는 용감한 ‘낭’이 머리 좋은 ‘패’의 지휘를 받았다. ‘낭’도 이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패’를 등에 태우고 다녔다.
그런다고, 먹잇감이 항상 넉넉하게 잡힐 수는 없을 것이었다. 만약에 ‘낭’과 ‘패’가 먹잇감 하나를 놓고 다투다가 홧김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낭’과 ‘패’가 다시 따로 다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리가 2개씩 모자라는 ‘낭’과 ‘패’는 움직일 재간이 없게 된다. 움직이려다가 기우뚱거리고 자빠지기 일쑤일 것이다.
그뿐 아니다. 용기와 지혜를 서로 보완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럴 경우, 둘 다 꼼짝도 하지 못하다가 굶주릴 수밖에 없다. 글자 그대로 ‘낭패’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낭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낭패다. ‘두 자릿수’인 17% 포인트 차이의 패배라고 했다. ‘역대급 참패’라고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더욱 낭패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에서 현재의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퇴 요구’가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지율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13일 18세 이상 2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당시보다 4.3%포인트 하락한 32%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0.7%로 윤석열 정부 들어 최고였다.
국민의힘은 당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또 낭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