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말 바꾸는 ‘니마이지타’
[뉴스클레임] “이제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 도읍을 세워 나라의 서울을 꾸미려고 합니다.… 북한산 남쪽 햇볕 바른 양지에 새 도읍을 세우고자 바야흐로 큰 역사를 일으킵니다.… 위로는 천명(天命)이 무궁하도록 베푸시고 아래로는 민생을 영원토록 보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성계의 ‘오른발’로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한양 천도 때 때 쓴 ‘고사문(告祀文)’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정도전은 조선의 왕궁인 ‘경복궁’의 이름도 지었다.
“술을 마시고 이미 취했고(旣醉以酒), 덕으로 이미 배가 불렀으니(旣飽以德), 우리 임금님 만 년 동안(君子萬年), 큰 복을 누리소서(介爾景福)” 했다. 끝부분 ‘개이경복(介爾景福)’에서 딴 이름이 경복궁이다.
그렇지만, 정도전은 애당초 한양 천도를 ‘결사반대’했었다. 나라의 근본이 아직 굳지 않았고 백성의 고생이 염려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한양 천도가 불가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랬던 정도전이 한양 천도를 찬양하고 있었다. 정도전은 말을 바꾸고 있었다. 그러니까 ‘식언(食言)’을 한 셈이다. 정도전뿐 아니라 ‘식언’의 사례는 적지 않다.
일본 사람들은 말 바꾸는 것을 ‘니마이지타(二枚舌)’라고 꼬집는다. ‘혀(舌)가 두 개(二枚)’라는 소리다. 어떤 일본 총리는 ‘니마이지타 총리’라는 별명을 얻은 적도 있었다.
이 일본 사람이 만든 ‘용어’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써먹고 있다. 페이스북에 “윤석열은 원래부터 ‘두 개의 혀(니마이지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 윤석열과, ‘이념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 윤석열이 같은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일구이언(一口二言)’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달 전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며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그런 철학이 이념”이라고 강조했던 말을 비판했을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이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말을 바꾸고 있다. “민주당을 탓할 게 아니다”고도 했다는 보도다. 국민의힘은 서울 여의도에 걸린 ‘이재명 대표님 구속은 피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정치인의 능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그 예언이 맞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치인은 ‘공인(公人)’이다. 공인의 말 한마디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중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이 말을 바꾸면 신뢰감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하필이면 ‘일본용어’였다. ‘말 바꾸기’라는 표현으로도 의사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