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

10.29 시민대책회의·민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해야"

2023-10-23     박규리 기자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에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민변

[뉴스클레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변호사들이 여전히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과제 보고회'를 열었다.

민변 등은 "사회가 이처럼 무책임할 수 있는지, 어떻게 진상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심하게 1주기를 맞을 수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전 사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책무이다"라고 밝혔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모든 것을 다 바쳐 키워 온 우리 아이들과 이제는 말을 하지도 만져보지도 못하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냐. 진상규명은 재발방지 대책의 초석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특별법뿐"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민변은 국회 국정조사, 경찰 특수본 수사 등이 이어졌지만 각 조사별 한계점이 명확해 전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교수는 "참사의 원인규명을 위한 첫 단계는 참사의 발생과 전개과정에 있었던 광범위한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점에 있어 기존의 조사들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하다"며 "기존 조사들에서는 참사 당일 현장에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몇 명 있었고, 어떤 임무를 갖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 현장에서의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조사를 통해 많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물리적·시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여전히 피해자들의 희생이 확대됐던 과정과 관련해 다수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채 종료됐다. 특히 피해자들이 받았던 응급 조치의 내역이나 이송 사항 등도 확인되지 않아 현재 응급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경우 현재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이 재판 중에 있지만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서울경찰청장 대응의 부적절성, 용산경찰서장의 늑장대응 등에 대해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

경찰청 기관보고 중 경찰청장은 다중인파에 따른 사고를 가정한 안전관리대책을 세운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사전에 서울경창청이나 용산경찰서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그 위험성, 대책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경찰청 정보국은 지난해 9월 서울청을 비롯한 전국 각 지방청 정보부에 ‘가을축제, 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 위험요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하달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주최자가 없는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도 포함해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수차례 작성해 회신한 바 있다는 게 민변의 설명이다.

또 용산경찰서장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핼러윈 기간에 정보관을 이태원 현장에 파견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으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정보관을 파견했다고 민변은 주장했다.

이들은 "공판 증인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기간 전인 2017년부터 2019년에도 정보관이 파견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도 파견됐다. 그러나 이는 공판의 주요 쟁점이 아니므로 관련 문건이 공개된 상태가 아니다"며 "핼러윈 축제뿐 아니라 지구촌 축제, 해방촌 축제 등 용산경찰서 관내 대규모 인파 축제에도 정보관이 파견된 현황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참사가 남긴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온전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와 피해자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