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가 보여주는 ‘나라꼴’
[뉴스클레임]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이익 앞에서는 의로움 따위는 잊어버리고 만다’는 뜻이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부터 생각한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바람직한데, 오히려 ‘의’를 외면하는 세태를 개탄한 것이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0.1%인 396명이 ‘견리망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정치판에서는 자기편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당내에서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서로 헐뜯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갈라져 있는 정치판은 더욱 갈라지고 있다.
서민들은 피눈물을 쏟아도 아랑곳없다. 전세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이 꼬리를 물며 서민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 나만 한몫 챙기면 그만인 세상이다.
‘견리망의’에 이어 2번째로 선정된 사자성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25.5%의 지지를 얻었다고 했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설친다’는 얘기다.
‘앞 정부 탓’, ‘남 탓’을 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지난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적반하장’이다. 그러면 ‘대화’라는 것은 원천 차단될 수밖에 없다.
3번째는 24.6%가 지지한 ‘남우충수(濫竽充數)’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피리 부는 악사 틈에 끼어 숫자를 채운다’는 것이다.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고 했다. 능력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측근을 위주로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꼬집고 있었다. 그 바람에 국정은 꼬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생의 고달픔을 의미하는 ‘도탄지고(塗炭之苦)’도 빠뜨리지 않았다. 11.8%의 지지로 4위로 꼽혔다.
‘진흙탕이나 숯불 속에 떨어진 것처럼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온통 내 이익만 챙기고 있으니, 민생은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 물가도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국민은 올해 내내 ‘상저하고’를 기다려야 했다.
교수들은 ‘제설분분(諸說紛紛)’을 5번째로 꼽았다. 8.1%의 지지였다. ‘
여러 의견이 뒤섞여서 혼란스럽다’는 뜻이라고 했다. 저마다 자기주장으로 목청을 높이면 나라꼴은 시끄럽지 않을 재간이 없다.
교수들은 2022년 ‘과이불개’에 앞서 2021년에는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이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같은 패거리가 되고 있었다.
2020년에는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신조어’였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정치판에서 유행한 ‘내로남불’을 교수들이 ‘아시타비’라는 말을 만들어서 비판하고 있었다.
나라꼴이 좋으면 교수들도 당연히 ‘밝은 사자성어’를 선정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할 때 국민의 표정은 씁쓸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