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5만 원 지폐로 서울을 덮으면…
[뉴스클레임] 은행에서 갓 인출된 빳빳한 5만 원짜리 ‘고액권’의 크기는 154×68㎜다. 이를 가로, 세로로 100장씩, 모두 5억 원을 펼쳐놓으면 가로 15.4m, 세로는 6.8m가 된다.
이 5억 원을 면적으로 계산하면 15.4×6.8=104.72㎡다. 평수로 환산하면 31.7평이다.
31.7평은 서민들이 들어가서 살고 싶은 아파트와 비슷한 면적이다.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면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서울에서 5억 원으로 ‘꿈의 면적’인 아파트를 장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소한 갑절은 될 필요가 있다. 그 갑절인 10억 원을 면적으로 따지면 209.44㎡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억’의 1만 배나 되는 ‘조’ 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그것도 ‘조’가 100개나 되는 ‘100조’도 훨씬 넘는 사업이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기 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등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134조 원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자그마치 622조 원이나 되고 있다.
이 천문학적 사업에는 민간 투자분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이 두 사업만 합쳐도 756조 원에 달하고 있다.
1조 원의 면적을 계산기를 두드려서 계산해보면 20만9440㎡다. 100조 원은 1조 원에 다시 100을 곱해야 한다. 그러면 20,944,000㎡다.
숫자가 이렇게 커지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를 ㎢로 고치면 조금 간단해질 수 있다. 100조 원의 20,944,000㎡는 20.944㎢다.
대통령실이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용산구 면적은 21.87㎢다. 100조 원은 그 용산구 전체를 얼추 덮을 수 있는 ‘거금’이다.
면적을 따질 때 자주 써먹는 여의도 2.9㎢ 따위는 양탄자처럼 푹신해지도록 여러 겹 채울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면, 756조 원도 계산해보자. 756조 원은 100조 원의 7.56배다. 따라서 20.944㎢×7.56=158.34㎢에 이르게 된다.
서울시 면적은 605.24㎢다. 158.34㎢는 서울시 면적의 26.2%다. 서울의 4분의 1을 덮을 수 있는 돈이 756조 원이 되는 것이다.
‘강남 3구’의 면적은 서초구 46.98, 강남구 39.50, 송파구 33.87㎢로 모두 120.35㎢다. 158.34㎢는 이 강남 3구에 용산구 21.87㎢를 합친 면적보다도 더 크다.
그러니까 158.34㎢는 서울의 강남 3구에 용산구 등 4개 구를 덮고도 남는 면적이다.
여기에, 달빛고속철도를 보태면 면적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단선으로 깔 경우, 6조 원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여야가 함께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것까지 합치면 ‘정치 1번지’라는 종로구의 면적 23.91㎢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보아왔듯, 총선 경쟁에 불이 붙으면 ‘표’를 겨냥한 ‘선심성 공약’이 또 난무할 게 뻔하다. 이번 총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면 면적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랏빚은 1100조 원을 넘었다고 했다, 모두 유권자인 국민이 부담할 몫이다.